삼삼다방 갤러리 전시회 안내
■ 인간본능
■ 방정호 작가
■ 전시기간: 3/08 ~ 3/20
수묵화의 창을 넘나드는 동물의 세계 김원동 (전 대구가톨릭대 교수, 미술사전공) 작품에 나타난 작가 방정호님의 풍모는 빼어난 기량을 가진 단원들로 구성된 교향학단의 훌륭한 지휘자를 연상케 한다. 이러한 점은 완숙한 경지에 이른 그의 용필법(用筆法)과 용묵법(用墨法)에 잘 나타나 있다. 그가 즐겨 화제(畵題)로 사용하는 동물계의 맹수, 사자나 호랑이 그리고 바다의 상어를 그린 그의 필선(筆線)과 먹의 농담(濃淡) 구사의 수준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의 필선은 주어진 대상이 가진 특징의 정곡을 찌르는 듯 때로는 유려하고 섬세한 현악기의 선율처럼 흐르고, 때로는 농묵에다 대담한 선으로 장중한 금관악기의 팡파르(fanfare)를 연상케 한다. 그리고 화면의 곳곳에 보이는 미니 풍선 같기도 한 동그라미들은 하프(harp)의 반주처럼 분위기를 경쾌하게 띄워주는 역할을 한다. 요컨데 작가 방정호는 이러한 다양한 음색을 그의 화면에서 절묘한 화음으로 연출해 내는 원숙한 경지에 이른 지휘자인 것이다. 그의 작품에서 화제(畵題)는 그가 유년시절부터 관심을 가졌던 동물의 세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지상의 사자와 호랑이 같은 맹수류와 바다의 상어와 어패류 등이다. 그는 동물의 세계에 나타난 먹이사슬을 통하여 약육강식, 적자생존, 생존을 위한 치열한 대결의 장면을 경이로운 시선으로 포착하여 이를 그의 화폭에 예리하게 옮기고 있다. 맹수류의 경우에는 잠재적인 폭발력을 애써 자제하면서도 드라마틱한 필치로, 어류(魚類)의 경우에는 잔잔하고 쿨(cool)한 장면이 율동감 있는 선율(線律)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동물을 주제로 한 그의 그림에 간혹 부분적으로 등장하는 인체(人體)의 눈, 코, 입술, 영아(嬰兒)의 출현은 동물계의 생태가 인간세계에도 그대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희화(戲化)적으로 암시하고 있는지 모른다. 작가는 대학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작업의 재료로도 붓과 먹을 주로 사용하여, 동북아시아 수묵화의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한국화라는 좁은 굴레를 벗어나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그가 대학 졸업후 미국과 중국에서 수련한 미술수업과 새로운 문화를 접한 그의 경험과 이를 수용할 수 있는 그의 민감하고 포용적인 성품이 작업과정에 반영되어 있으리라고 본다. 그의 건강한 도전정신은 화제의 선택, 용필법, 구도의 전개 등에 잘 나타나 있다. 독창적인 용필법과 주도면밀한 구성이 돋보이는 그의 작품세계가 앞으로 어떠한 도전에 직면하여 어떻게 변신해 나갈지 장래가 더욱 더 기대되는 그는 드물게 보는 새로운 시대의 젊고 야심찬 작가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