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7일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관객과의 대화 임대형 감독 참석, 권현준 오오극장 정책기획팀장 모더레이터 정리: 이석범 관객 프로그래머
권현준 (이하 “권”): 지금부터 감독님을 모시고 관객과의 대화를 시작하겠다.
(일동 박수)
권: 예, 영화는 잘 보셨나요? 따뜻한 영화였을 거 같다. GV를 진행을 하면 질문을 해주시면 된다. 궁금했던 점이나 감상을 얘기해주셔도 된다. 우선 감독님께 인사 말씀을 듣겠다.
임대형 감독(이하 “임”): 안녕하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를 연출한 임대형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권: 우선 이 영화가 중년 남성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떻게 이제 이 이야기를 가지고 영화를 제작하기로 하셨는지 이야기를 들어보겠다.
임: 우선 제가 극장에서 봤던 찰리 채플린 영화가 제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래서 무성영화의 스토리를 먼저 구상을 하고 난 뒤, 살을 붙여가며 이 영화를 만들었다.
권: 그럼 무성영화를 먼저 준비를 하셨던?
임: 사실 딱 찍을 생각을 하고 시나리오를 쓰진 않았다. 무성영화를 제가 16미리 필름으로 저속촬영을 해서 찍을 수 있을까? 막연하게 구상한 것을 장편영화를 마침 준비하는 과정들이 있었고 그래서 이것을 어떻게 확장을 시켜보자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되었다. 그러다 살을 붙여가면서 이렇게 긴 영화가 됐다.
권: 그렇다면 무성영화를 찍는 사람이 요즘은 없다. 그렇게 하려고 했던 이유도 궁금하다.
임: 극장에서 채플린의 무성영화를 본 경험은 핸드폰이나 컴퓨터 모니터로 보는 것과는 다른 경험이었다. 극장에서 다 같이 울고 웃으며 채플린 영화를 봤던 경험이 제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래서 한번 시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 무성영화를 찍기 위해서 16미리 필름으로 찍으려고 여러가지 준비도 했었다. 그러다 리얼리티가 안 맞을거 같아 어떻게 이걸 구현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던 차에 실제로 (등장인물 예원이 들고 다녔던) 8미리 캠코더로 찍고 찍은 영상을 스크린에 영사해서 다시 본 카메라로 저속 촬영을 했다. 보시는 게 되게 인물들의 움직임이 빨라 보였을 것이다. 저속 촬영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디지털이지만 구현을 해보자고 하다 영화가 되었다.
권: 영화 안의 무성영화 제목이 [사제폭탄을 삼긴 사나이]였다. 원래 구상이었는가?
임: 사실 무성영화와 모금산(기주봉 배우)이라는 인물의 장편영화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만들어졌다. 사실 시작점은 [사제폭탄을 삼킨 사나이]가 시작점이었고 먼저 구상했다.
질문1: 마지막에 자막이 올라갈 때 ‘첫번째 장편 촬영’이라 적혀있었다. 그럼 지금까지 단편만 하셨는데 처음으로 장편을 찍으며 조금 더 신경쓰신 점이나 넣고 싶었던 부분이 있는가?
권: 잠깐 덧붙이자면 개성이 넘치는 독특한 면들이 있는 단편들을 작업하셨다. [만일의 세계]와 [레몬타임]처럼 톡톡 튀는 작품들이었는데 톤이 달라져서 사실 궁금했다.
임: 단편 작업을 할 때와는 다른 점이 없었다. 다르다면 길었다는 것 뿐이고 단편을 잘 찍는 감독님들이 대부분 장편도 잘 찍는다고 믿고 있다. 제가 단편을 잘 찍었다는 얘기는 아니고 그냥 체력관리 말고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임하지 않았다. 그리고 장편을 찍으면 사실 달리 찍었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조금 더 사실 문턱을 낮추고 싶기는 했다. 어떻게 하면 조금 쉬운 것을 깊게 갈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많이 했었다.
권: 전작을 볼 수 있는 곳이 있을까?
임: 제 유튜브 계정에 올려났으니 볼 수 있다.
권: 검색하면 나온다고 한다. 꼭 보셨으면 좋겠다. 굉장히 다른 느낌의 영화라고 느꼈는데 한 번 찾아보면 좋을 거 같다.
임: 오오극장에 비치된 서울독립영화제 2014 베스트콜렉션 DVD에도 있다. 구매하셔도 좋다.
권: (웃음) 예, YES24 같은 곳에서 절찬리에 판매하고 있다. 저희 극장에서 보시려면 회원가입을 해야만 볼 수 있다.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질문2: 정말 따뜻한 영화를 봤다. 주인공 모금산이 위암이라는 소식을 듣는다. [사제폭탄을 삼킨 사나이]와 연관성이 있나? 또 영화에서 사제폭탄이 불발되었는가?
임: 지금 말하신 것이 맞다. 어쨌든 모금산의 영화는 그의 일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그렇다면 그가 구상했으니 모금산의 일상에 가장 큰 부분을 이루고 있는 강냉이가 소재로 활용하지 않았을까, 일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니까 그렇게 생각했다. 불발된 경우는 여러 가지 의도한 것은 있지만 보실 때 마다 다르게 읽히더라. 이건 어떤 의미라 설명하는 것이 오히려 실례인 거 같다. 보시는 대로 각자 믿고 보는 것이 맞다.
권: 모금산 역의 기주봉 배우가 저희에게는 익숙한 배우이다. 이 영화에서 모금산이라는 인물과 기주봉이라는 인물이 정말로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마침 기주봉이라는 배우를 정해놓고 시나리오를 쓴 것처럼 캐릭터가 완벽하게 구현된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캐스팅 과정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임: 처음 시나리오 쓸 때 상상했던 배우는 사실 없었다. 떠올리기가 쉽지가 않았다. 한국의 중년 남성 배우라고 했을 때 모금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던 차에 기주봉 선배님을 떠올렸고 직접 연극하시는 곳에 제가 시나리오랑 단편DVD를 들고 찾아갔다. 거기서 처음 뵙고 읍소를 했다. 그래서 선생님께서 술김에 하시겠다고 하셨는데 그걸 제가 아이폰으로 녹음을 해서 잘..낚았다.(일동 웃음) 선생님께서도 단편영화에도 여전히 출연하시고, 독립영화들을 아직까지도 많이 보시더라. 그런 연장선상에서 제 영화도 마침 주연이기도 했고 그래서 해주신거 같다.
권: 홍보 전단지에는 기주봉 배우의 첫 주연작이라 적혀있던데 맞는가?
임: 영화에서는 맞지만 연극에서는 주연을 많이 하셨다.
권: 장편에서는 처음 아닌가?
임: 그렇지만 주연 비슷한 역할은 하셨었다.
질문3: 영화 속 남자주인공의 아들이 감독 역할로 나온다. 감독과 겹치는 부분이 어느정도인가?
임: 제가 선생께서 말씀하신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제가 갖고 있는 면면이 물론 캐릭터에 투영됐겠지만, 제 여자친구는 제가 예원(고원희 배우)이랑 되게 비슷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스데반(오정환 배우)한테도 제 모습이 조금 있겠지만 저라면 저는 괜찮은 사람…전에는 그랬던 거 같다. 겁도 많았는데 극복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예.. 횡설수설 하고 있다. 모금산도 자영(전여빈 배우)도 그렇고 극중 인물들이 어떻게 보면 자기가 보고 싶은 면들이 조금씩은 있는 사람들이다.
권 : 저도 누군가의 아들인데 아버지라는 존재가 사실 쉬운 존재가 아니다. 가까이 있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저는 영화에서 많이 느껴졌다. 실제 관계에 바탕해서 쓰셨는지 궁금했는데 그렇게 질문을 해주셨다.
질문4: 마지막 장면을 인상 깊게 봤다. 무성영화에 보면 ‘불발’이라고 나온다. 그래서 마지막장면에 불꽃이 터진다. 사실 제가 해석하기로는 연장선상에 있지 않나? 마지막에 무성영화에서는 불발이 됐지만, 외부의 환경에서는 터지면서 미소를 지으며 끝난다. 뭔가 거기서 희망을 찾으려 하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임: 의도했던 부분이 맞다. 엔딩은 사실 시나리오 초고부터 있었고 지키고 싶었던 부분이었다. 모금산이라는 인간에게 기적같은 순간을 주고 싶었다.
권: 크리스마스 영화이다보니 꿈과 희망이 중요한 요소가 된 거 같다. 이름이 ‘금산’이다. 모금산이 사는 지역이 금산이다. 금산에 어떤 애착이 있는가?
임: 제 고향이 충청남도 금산이다.
권: 실제 그 동네를 잘 아시는가?
임: 열아홉살까지 살았던 곳이다. 제 기억속에 있는 공간들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썼다. 아무래도 잘 아는 공간들을 쓰다보면 조금 더 애착이 생기고, 그렇게 되다보면 자연스럽게 아름답게 담기게되더라. 제 고향에 애정이 있어 선택하게 되었다. 직접 봤을 때는 영화에도 나오지만 되게 사라진 것들이 많았다. 기억보다 영화에도 나오는 중앙극장이 있는데 어렸을 때 그 곳에서 [타이타닉]을 본 기억이 있다. 앞에서 일진형들이 담배피고 있고, 극장이 제가 중학교 1학년때 폐관이 되었고, 그렇게 이발소들도 하나 둘 사라져갔다. 실제로 저희 아버지가 이발사셨다. 단골손님들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 왜 그런가 아버지께 여쭤봤더니 이유가 돌아가신다고 그러시더라. 이 영화는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애정을 표하는 영화이고, 그래서 제 고향의 공간이 이 영화의 전체적인 톤이랑 맞을 것이라 생각했다.
권: 지금도 그 극장이 남아있는 것이 신기했다. 폐관된 지는 오래됐는데 그렇게 남아있기도 하고,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몇몇 배경 중 이발소 같은 경우에도 이름이 ‘마을이발소’이다. 수퍼도 중간도 나오는데 ‘우리동네슈퍼’였다. 그렇게 이름들이 있는데 원래 그런 이름이었는가?
임: 다 간판을 새로 했다. 실제 영화에 나오는 공간들이 그 곳에 가면 있는 공간들이다. 다만 세팅을 새로 했다.
권: 미술에 좀 더 공을 들였을거 같다. 그런 옛날의 것들을 다시 재현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데 그런 기억들에 있어서 아버지께서 이발소를 하셨으니 도움이 많이 되었을 듯하다.
질문5(김용삼 감독): 영화에 보면 스테반의 돌아가신 어머니는 영화에서 나오지 않는다. 궁금했던 점이 원래 스테반의 친모가 계시지만, 모금산은 스테반을 안고 새로 결혼을 했다. 시나리오를 쓸 때 호적상으로는 친모겠지만 모금산의 아내되는 분은 어떤 생각을 하고 가정을 같이 꾸렸을까 궁금했다.
임: 많이 생략된 부분중 하나이다. 스테반을 정말 친자식처럼 키웠을 것이고, 스테반이 다방에서 어머니 얘기를 하는데 오히려 아버지보다 더 어머니를 사랑했을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어머니의 기일 날에 영화를 튼다는 설정이 된다(어머니 기일이 크리스마스이다). 또 채플린의 기일도 크리스마스이다. 또 어머니는 채플린을 무척 좋아하셨다. 어머니에게 바치는 영화가 무성영화가 아닐까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동시에 채플린에게 바치는 영화이기도 하다. 채플린이 77년에 돌아가셨다. 작년이 40주년이었다. 채플린이 하늘에서 보고 화만 내지 않으면 감사하다고 생각을 했다.
권: 그렇게 하늘에서 화를 내기에는 채플린이 영향을 끼친 영화들이 많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많은 사건들이 일어난다. 예를 들면 스테반에게는 생모에 대한 사실이 생겨나고, 아버지 모금산은 위암판정을 받고 영화를 찍자고 제안을 하는 등의 사건들이 그렇다. 관객들이 보기에는 큰 사건이라기보다 그냥 벌어진 일처럼, 관객이 거기 휘말리기보다 약간 거리를 좀 두게끔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표현한 의도가 궁금하다.
임: 이 영화는 저는 코미디영화라고 생각했다. 나름대로 극에서 원칙을 세운 것이 인물들에게 필요 이상으로 가까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었고, 그 인물들이 처절한 감정에 휩싸여 있을 때, 카메라를 멀리 둔다는 원칙이 있었다. 코미디영화에는 미디엄샷이 잘 안들어 간다는 말을 듣고는 비웃은 적이 있었는데 막상 찍다보니 콘티 구상을 할 때 그렇게 되더라.
권: 코미디 영화라서 그렇다는 생각이 언 듯 이해는 안 된다. 조금 더 설명을 부탁드린다.
임: 가령 한 장면을 예로 들자면, 서울 신에 스테판의 생모였던 연정(김정영 배우)이라는 역할이 눈물을 흘렸다. 원래 의도를 그렇게 하지 않았다. 연출자 입장으로 거리를 둬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기보다는 어느 정도 거리감을 두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그런 의도가 있었는데 제가 현장에서 반성을 하게 되었던 부분이 김정영 선배님이 우시더라. 연기를 하시다.. 제가 의도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을 해봤는데 이게 연출자의 생각이지 이 인물이 실제 나에게 그런 일이 만약 벌어진다면 그럴 수밖에 없을 거 같더라. 남들이 볼 때 이런 일이 우습고 드라마가 막장이지만 이 일이 내게 벌어졌다면 이건 정말 처절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겠구나 생각했고, 현장에서도 선배를 그렇게 연기를 하시는 것이 맞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테반이 오히려 모르니까 감정에 같이 빠져들지 않고 빠져나와서 스테반이 이상한 짓을 한다. 이런 것이 코미디라고 생각한다. 남들이 볼 때는 우스꽝스러운데 나에게 벌어지는 일이라면 비극이 될 거고.. 그런 말이 있잖은가? 동전의 양면이란 희비극, 그런 의도에서였다.
질문6: 코미디영화라고 해서 어떤 장면이 코미디였을까 생각을 해보니 자영이라는 캐릭터에게 “잘 자요”하고 헤어지는 장면이 작은 코미디 요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사 처리에서 안 어울리는 부분이 아들이 생모가 있다는 얘길 차를 타고 오면서 아버지가 해주는 말을 통해 듣고 한참 있다 “저하고 정을 떼려고 했다면 성공하셨네요”하는 말이 과연 저 대사가 어울릴까 하는 생각을 했다. 여기 관객들은 어떻게 느꼈을 생각이 모르지만 혼자 그렇게 생각을 해봤다. 그 장면에 그 대사가 과연 어울릴까?
임: 그 말이 그 순간 제가 생각하기로는 아버지한테 진심으로 독설을 내뱉기보다는 그 자리를 빨리 피하고 싶었을거 같다. 그렇게 쓸데없는 말을 뱉어버리고 빨리 도망치는, 제가 생각하는 스테반은 도망치는 사람이었다. 중요한 일이 벌어졌을 때 자리를 피해있는 캐릭터였다. 그것이 자기 감정을 토로하는 말이기보다 대충 울분을 던져버리고고 피한다는 의도였는데, 보시기에 감상이 다룰 수 있겠다.
권: 영화에서 뺄 수 없는게 음악이다. 하헌진이라는 블루스 뮤지션이 음악을 담당했다. 알기로는 그 분이 유명한 뮤지션이시고 블루스를 잘하시긴 한데 영화음악은 처음이다고 들었다. 어떻게 그 분을 생각하셨고 작업하셨을 때의 과정들이 궁금하다.
임: 말씀하신대로 음악은 하헌진이라는 블루스 뮤지션이 전체 작곡을 해주셨다.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델타블루스 장르를 생각을 했다. 한국에 있는 블루스 연주자중에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인물이었다. 개인적으로 팬이었고 한국에 이런 블루스 뮤지션이 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한 일이었다. 부탁을 드려서 만들어진 영화를 보면서 자문을 드리고 연주를 해주시면 저도 받아서 그에 대해 피드백을 드리는 식으로 작업을 했다. 저희 무성영화에서 싱크가 음악이랑 맞춰있다. 모금산에 발걸음에 맞춰 단순하게 진행되는 곡으로 구상을 했다. 처음 해보시는거였지만 드라마를 따라가는 음악이 아니라 아닌 감정을 몰입하게 만드는 영화가 아닌, 감정을 뜷고 나오는 음악이길 기대했다. 이 영화의 컨셉과 블루스가 잘 맞았었다.
권: 그 음악들이 정서들을 배가시키는 역할들을 했고, 영화의 톤이랑 잘 어울렸다.
질문8: 영화 초반에 베게를 두드리는 장면이 나온다.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없어지더라. 때리려다 참는거 같고 어떤 것을 의도했는가?
권: 그 장면도 있지만, 면도칼 대는 장면도 섬찍했다.
임: 새벽 세시정도에 항상 배게를 치는데 제가 불면증 환자이기도 하다. 근데 세시가 넘으면 화가 난다. 이게 매일 반복이 되고 특히 모금산이 위암이라는 선고를 받은 상황이라면 남들에게 화풀이하기보다 혼자 있을 때 침대에서 아무도 안 볼 때 혼자서 화풀이를 할거 같아 그런 식으로 연출을 했다. 여전히 잠은 못 이루지만 일상에서 조금 벗어났을 때는 잠을 못 이루더라도 아마 배게 값을 아끼려고 안치기 시작하지 않았을까 싶다.
질문9: 캐릭터에 대해 질문을 드리고 싶다. 자영이라는 인물은 어떻게 보면 영화상에서 일상적인 인물은 아니다. 왜냐하면 모금산과 수영장 친구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나이차도 많이 난다. 특별히 자영을 만든 의도가 궁금하다.
임: 사실 말씀하신대로 모금산이 ‘맥주 한 잔 합시다’라고 하고, 자영이 받아들여서 치킨집에 같이 가고 마시는 과정동안 모금산은 추태를 부리지 않고, 자영이도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현실세계에서는 잘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제가 보고 싶었던 면이었던 거 같다. 나이와 성별과 관계없이 한 사람과 한 사람이 대화를 나눌 수 있고 맥주 한 잔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근데 21세기 상식일지 모른다. 워낙 많은 것들이 위태로운 장면들이 많다고 생각을 했다. 어떻게 이걸 잘 넘길까 고민도 많이 했었다. 제가 보고 싶었던 그런 중년남자가 자영에게 추태를 부리지 않았으면 싶었고 선생님에게도 말씀드렸다. 그래서 전여빈 배우님께도 말씀을 드렸던 거 같다. 현실세계에서 잘 볼 수 없는 그림이지만 영화 속 세계에선 한 사람 한 사람이 외로운 사람끼리 대화를 나눈다는 의도가 있었다.
권: 캐릭터를 말씀하셨다. 독특한 캐릭터들이 많았다. 치킨집 사장님의 경우 대사가 없으시고, 수영장의 할아버지는 준비운동만 계속 하시다 수영은 못하시고, 아니면 인사잘하는 꼬마도 나온다. 그런 캐릭터들이 매치가 되는데 다들 뭔가 자체로 살아있다는 느낌이 신기했다. 어떻게 배치를 했었나?
임: 저희 영화에 나오는 모금산을 둘러싸고 있는 인물들이 하나같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대사가 없더라도 나중에 다시 극장에 소환시켜서 모금산에게 정말 중요한 사람들임을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도 한 번 나온다고 해서 소비시키고 싶지 않았고, 모든 캐릭터들에게 그렇게 생각을 했다. 영화가 모금산의 영화이고 부자관계가 이끌고 가는 메인 플롯이긴 하지만 사실 이 영화는 부자관계나 모금산에 대한 영화이기보다는 제 생각에는 외로운 개인들에 대한 영화같다. 극장에 앉아 있는 한 사람 한 사람, 그 사람들이 모금산을 어떻게 생각을 했는지 그래서 영화에 대해 다른 감상을 가졌을지 하는 이런 부분? 부자관계를 따라가면서도 영화라는 매체가 무엇일까 본질에 가까워지려 노력하고 있는 영화가 아닐까 생각했다.
권: 저도 이제 영화의 과정들이 누가 누군가를 이해하는 과정이구나? 그럼 그 안에서 ‘영화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그에 대한 답이 아닐까 생각을 해보아서 좋았던 거 같다. 마지막으로 감독님께서 관객들에게 인사를 부탁드리겠다.
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건강하시고 좋은 일들이 좀 많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저희 한국 독립영화들 중에서 여전히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주말에 오후나 낮에 극장에 앉은 사람들이 이상한 사람들이라 생각을 한다.(일동 웃음) 대단한 사람들이다. 앞으로도 독립영화들에 대한 많은 관심 가져주시면 감사하겠다. 이 영화는 관객을 위한 영화인 거 같다. 모금산의 영화를 본 개인들이 각자 다른 감상과 자기의 내밀한 역사 바탕으로 다른 생각들을 했을 거 같다. 이 영화를 보시고 각자 다른 감상을 갖고 돌아가셨으면 좋겠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