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14 우리영화베스트 <카운터스> 관객과의 대화 진행: 정석원 관객프로그래머 참석: 이일하 감독 정리: 금동현 관객프로그래머
이일하(이하 일), 정석원 (이하 정), 관객 (이하 관)
정 : DMZ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보고, 선정하게 되었다. 극우에 가장 가까이 있는 야쿠자가 혐오에 맞선다는 소재 자체가 흥미로웠다. 또한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오히려, 무겁지 않게, 영화적으로 재미있게 다룬 점이 좋았다. 서사적으로는 카운터스를 선으로, 재특회를 악으로 다루는 단순한 이분법적인 구분을 탈피한 점이 좋았다. 그리고 이 영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오타쿠 카운터스 같은 다채로운 캐릭터가 감동적이었다. 마지막으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인상이 좋았던 아리타 국회의원의 얼굴이 기억에 남는다. 며칠 전에, 뉴스를 보니 자민당이 선거를 압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혹시 야당 소속인 아리타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는가?
이 : 작년 선거 이후에, 선출직으로 보장되어 있다. 그리고 아리타 의원에 대해서 말하자면, 이 분이 정치인 이전 직장이 저널리스트다. 저널리스트로서 아리타 의원이 판 소재가 옴진리교다. 그때부터 살해협박을 굉장히 받아왔기에, 재특회는 별 게 아닐 것이다.
관1 : 영화 감동적으로 잘 봤다. 이전 질문에서 연장하여 질문하겠다. 아리타 의원이 민주당 내에서 같은 의원이라도 힘이 좀 다를 거라고 생각하는데, 의원 사이에서 인지도가 어떠한가?
이 : 일본에서 민주당은 자민당에서 떨어져 나온 당이다. 아리타 의원은 민주당의 여러 분파 속에서도 상당히 리버럴한 측면에 속한다. 아리타 의원은 혐오발언 규제 법안을 위해 몇 년을 싸워왔다. 혐오발언 규제 법안은 민주당 내에서도 표를 받기 어려웠었다. 흥미로운 것은, 일본의 공산당이 처음에는 표를 안 줬단 사실이다. 그래서 오히려 자민당 의원들을 끌여들여 통과시킨 법안이 혐오발언 규제 법안이다.
관1 : 공산당이 반대한 게 아이러니하다.
이 : 공산당이 반대한 이유는 법안을 넓게 하자는 측면이었다. 반대를 한 민주당, 사민당, 공산당의 취지는 더 넓고 좋은 법안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반대표를 던진 사민당 의원은 영화에도 나온다. 일본에는 아이누 족과 오키나와, 부락의 문제가 있어 법안에 ‘민족’이 들어가는 것을 반대했다. 좌파 의원들의 반대 사유는 대개 이렇다.
관2 : 감독님이 쓴 책이 있다. 읽어보지는 못 했는데, 영화와 책 중 어떤 게 우선이었는가?
이 : 동시에 진행되었다. 책은 법률이 통과되기 전까지의 과정이다. 영화는 법률이 통과된 후의 과정이 있단 점이 다르다. 하지만 책은 영화를 찍으면서 남긴 메모들을 바탕으로 동시에 진행한 것이다. 따지고 보면, 최종 목표는 영화다. 책에는 오토코구미 해산 및 재결성까지 남아 있다.
관2 : 사쿠라이와 인터뷰하던 사람은 일본 사람인가?
이 : 내가 인터뷰한거다.
관2 : 그렇다면, 사쿠라이는 감독님이 한국인이란 것을 다 알고한 것인가? 발언이 거센데 감정이 격해진다던가 그런 것은 없었는가?
이 : 내가 사쿠라이를 인터뷰하기 위해 1년을 쫓아다녔다. 사쿠라이는 굉장히 말 주변이 좋고, 한국 역사에 상당한 지식이 있는 사람이다. 보통 사람은 한국 역사로 싸우면 질 것이다.
관2: 역사적 사실을 바라보는 방식의 차이인가?
이 : 역사적 사실의 온당함에 대해서 사쿠라이는 그다지 말하지 않는다. 그는 재일 일본인(자이니치)를 쫓아내자는 데 핵심이 있다. 이런 것을 진행하면서 역사를 걸고 넘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역사 자체를 평가하는데는 객관적인 면이 있다.
관2 : 일제 강탈도 인정하고 그런가?
이 : 사쿠라이가 하는 말은 정확히 “도움이 된 것도 있지 않은가?”다. 그리고 사쿠라이와 대화하면 항상 귀결되는 것은, “한국도 반일 시위를 하지 않는가?”다. 사실 대화는 되지 않는다. 어떤 사안에 대해서 질문을 하면, 결국 맞불시위다. 미러링이다. 따위로 끝나게 된다.
관2 : 사쿠라이의 직업은 뭔가?
이 : 지금은 정치가이고, 이전에는 인터넷 논객이었다. 혐한론 관련 책으로 수십 권의 책을 냈고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굉장한 비즈니스 모델로 혐한을 활용한다. 사쿠라이도 자기 논리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 하지만 혐한이 일이 되었으니, 유지를 하는 상황이다. 유언비어에 혹하여 데모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모를지 모르겠지만, 사쿠라이는 분명 알 것이다.
정 : 감독님이 일본에 유학생활을 오래한 것으로 안다. 카운터스를 만나기 전과 후에 어떤 점이 다른가?
이 : 일본인은 바깥으로 사람의 다름에 대해서 표현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상생활에서 차별을 겪었다거나 하는 직접적인 경험은 별로 없다. 하지만 제도적인 차별로 들어가면 생각할 거리가 몇 개 있다. 어느 나라나 다 똑같겠지만, 한국이 헬조센이라 할지라도, 외국에서 한국인은 외국인에 불과하고 차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일본 같은 경우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이 많다. 짧게 살아서는 잘 모른다. 오래 살아보고, 직장을 다녀보면 차별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외국인이라고 산다는 것 자체가 패널티를 안는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관3 : 다카하시 캐릭터와 처음 인터뷰를 할 때의 일화가 궁금하다.
이 : 코리안 타운에 라면을 사러 갔을 때, 혐한 시위를 보게 되었다. 이전에도 매체 등을 통해 사실은 알고, 공부도 했었지만 직접 경험한 것은 2013년 정도였다. 그 시위를 봤던 그 순간의 기분은 조금 웃펐다. 남이 나를 죽으라고 하는 새로운 공기에 마주쳤을 때 다큐멘터리를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오토코구미와 재특회 중 어떤 단체가 옳은지를 몰랐다. 하지만 오래 보다보니, 조금 알게 되었다. 그래서 다카하시한테 트윗을 했다. 신주쿠에 있는 허름한 다방에서 처음으로 대면했다. 사실 처음에는 무지하게 쫄았었다. 그날 다카하시 일당이 나에 대한 기록을 다 가져갔고, 그로부터 2주 정도 지난 후에 오토코구미의 실무진들과 회의를 통해 촬영을 하게 되었다. 맨 처음 촬영은 오토코구미 한국 지부였다. 이 사람들은 매주 토요일 광화문에서 혐한 반대 시위를 한다. 그 중 한 명은 천안에 있는 일본어 선생님 사쿠라이다. 우리는 재특회 사쿠라이와 오토코구미 사쿠라이를 나쁜 사쿠라이, 좋은 사쿠라이라 불렀다. 편집 과정에서는 결국 다 빠지긴 했다. 또 재밌는 것은, 영화 속에 나오는 CEO 이토다. 이 사람은 한국에 술 마시러 오는 정도의 부자다. 다카하시의 소송비용도 이토가 거의 다 댄다고 보면 된다. 사실 이 사람도 굉장한 양아치었다. 다카하시와 동급이다. 원래 이토는 돈을 벌어서 자기에게만 돈을 쓰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후쿠시마 지진 이후, “사는 게 어떤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며 변하게 되었다. 카운터스 활동 역시, 후쿠시마 원전 반대 활동을 하다가 만나게 된 것이다. 재특회가 후쿠시마 원전 반대하는 집단을 습격하여, 후쿠시마 원전 반대 집단이 재특회를 습격하면서 카운터스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일본에서 지진은 사회적 인식을 크게 바꿨다.
나 역시도, 도쿄에 있었는데 당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뉴스 일을 하고 있었던 게 기억나는데, 여자 아나운서는 공포에 뉴스 리딩을 못할 정도였다. 뉴스 인력 교대도 불가했다. 교통이 마비되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이틀 정도 방송국에 있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자마자 후쿠시마로 취재를 가기도 했다. 일본 사람들에게 지진과 쓰나미는 큰 변화를 낳았다.
정 : 카운터스와 데모 활동을 하면서 촬영한 영화가 <카운터스>다. 시위 중에 위험한 적은 없었는가?
이 : 경찰들이 촬영을 싫어해서 내던져지거나, 에워싸인 적이 많았다. 다카하시의 난입 이후에는 재특회와 카운터스 간 방어벽이 두꺼워졌다. 영화에는 없는데, 자전거 습격 사건 등 여러 카운터 활동이 많았다. 사쿠라이 인터뷰 후에는, 취재 허가를 받아 재특회 안에서 촬영할 수 있었다. 오히려 나중에 재특회에서 방송국 후배를 어떻게 해달라고 까지 했다. 물론 밤에 서로 만나서 정보 교환을 했지만
관4 : 그렇다면, 사쿠라이도 이 작품을 봤겠네요.
이 : 아직 개봉을 안 했으니, 못 봤겠죠.
관4 : 그럼, 사쿠라이가 기분이 좀 나쁠 것 같다.
이 : 그거야 뭐 어쩔 수 없죠.
정 : 시간 관계상 마지막 계획을 부탁한다.
이 : 다큐멘터리 열심히 찍고,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고자 한다. 대중과 다큐멘터리 사이의 벽을 없애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 여러분들도 다큐멘터리의 진입 장벽을 넘길 바란다. 극영화보다 좋은 다큐멘터리가 참 많다. 나도 마블 영화와 다큐멘터리 중에서 선택하라면, 재밌는 마블 영화를 선택할 것 같다. 그 진입 장벽이 다큐멘터리 만드는 사람으로서 풀어야할 숙제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