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화중이야(Recording , 2015, 한국)|드라마| 2017.03.02 개봉 |15세관람가|93분
상영일정 03/02(목) 12:45 20:20 03/03(금) 10:30 18:10 03/04(토) 16:00 03/05(일) 10:30 18:15 03/06(월) 10:45 20:45 03/07(화) 12:30 03/08(수) 14:30 03/10(금) 20:30 03/11(토) 15:05 03/12(일) 20:30 03/13(월) 18:35 03/15(수) 16:50 03/16(목) 12:15 03/17(금) 11:00 03/22(수) 18:25 (종영)
감독 박민국
우리에게 얼마 남지 않은 시간…
그렇기에 담아두고 싶은 모든 순간…
그런 우리를 새겨두고 싶었습니다.
여느 또래 여자들과 다를 것 없이 평범한 23살의 ‘연희’는 위암 말기로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그 때부터 연희는 모든 순간을 남기기 위해 녹화를 시작하게 된다.
때로는 지루한 일상을 달래는 장난감으로, 때로는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로,
항상 카메라를 달고 다니던 그녀의 앞에 컴퓨터 수리 기사인 ‘민철’이 나타난다.
그리고 운명처럼 ‘연희’와 ‘민철’은 평범하고도 특별한 사랑을 시작한다.
모두가 끝을 향해 달려가는 시간이라고 했지만
‘연희’와 ‘민철’은 그들의 모든 순간을 녹화하며 아름다운 추억을 새겨가는데…
관객프로그래머 프리뷰
“드라마나 영화가 맞아”
‘녹화중이야’는 시한부 연인의 이야기다. 그들이 모든 순간을 녹화해 남긴다는 설정이 영화의 형식이 된다. 이 영화를 다큐멘터리로 본다면 사연의 주인공들이 적극적으로 촬영에 임하는 설정. 페이크 다큐라는 형식을 통해 이 영화는 영화장르의 진실성이라는 관념에 구멍을 내며 나아간다. 극영화를 보는 관객은 그것이 온전히 진실이라고 믿지 않는 동시에 영화적 진실 안에 빨려 들어가는 어떤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다큐멘터리를 보는 관객은 매순간 ‘진실이 무엇인가’ 질문하며 끌려가지만 과연 다큐멘터리가 말하는 것이 모두 진실인가. 영화를 보고 있자면 페이크 다큐는 이런 두 가지 질문 사이에서 발생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이야기를 의심하는 영화, 자기 자신을 의심하는 영화들이 삶의 어떤 진실을 체험하게 해 준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페이크 다큐라는 형식은 더욱더 적극적으로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영화적 장치라고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스크린이라는 막을 치워버리고 보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는 얼마나 많으며, 살면서 연기한번 하지 않는 인간이 과연 존재할까. 매 순간 인물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고 인물들 또한 그 카메라를 인지하는 상황이 영화의 형식은 무엇이 연기이며 무엇은 연기가 아닌지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녹화중이야’에서 배우들은 어떤 순간엔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누군가에게 말을 남기고, 어떤 순간엔 카메라를 등지고 자신의 진심을 쏟아내기도 한다. 대체로는 배우들이 자신의 모든 진실을 카메라 앞에 드러낸다는 점이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감독의 설명에 따르면 이 영화는 호러영화에 주로 사용되는 페이크 다큐라는 형식이 로맨스 장르와 만나면 어떨까 하는 궁금증에서 출발했다고 하는데, 페이크 다큐라는 형식은 시한부라는 설정과도 꽤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죽음을 앞둔 인간이 자신의 모든 순간을 찍어 남겨둔다는 열망에는 설득력과 매력이 충분하다. 아마도 사진이라는 것은 그렇게 개발된 것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영원히 머물고 싶은 순간에, 붙잡고 싶은 마음으로 사진을 찍었었다. 그러나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이미, 그 순간에 푹 담겨있지 못하고 한 발짝 떨어져 있다는 것을 뜻했다. 이 영화의 형식에는 사진을 찍는 순간의 열망과 고뇌가 겹쳐져 있는 것 같다. 녹화는 취미인 듯 장난인 듯 진행되지만, 녹화가 향하고 있는 지점은 분명하다. 삶의 끝, 시간의 끝, 죽음이 더욱 가까이 있기에 더욱 이 순간이 소중하고, 소중하기에 카메라를 켜는데 카메라를 적극적으로 인지하는 그들의 태도는 어쩐지 진실해 보이지가 않았다. by 서상영 관객프로그래머
지금이 그 나중이야
오오극장과 이곳에서 상영되는 독립영화들이 좋은 이유야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 중에 하나는 바로 작고 소박하다는 점이다. 성적, 스펙, 재력 등 어떤 면을 봐도 큰 것들만이 살아남고 위세를 부리는 경쟁적인 사회에서 영화판 역시 큰 놈들이 세고 떵떵거린다. 매년 관객수는 늘어나지만 그 수혜를 입는 쪽은 소수의 대형 상업영화들이고 배급역시 대형극장들의 독과점이 심화되고 있다. 단관이라는 점은 물론이고 삼삼다방 때문인지 그저 예쁜 카페 같다는 평을 듣는 작은 극장 오오극장은 가뜩이나 작고 약한 극장이 CGV같은 대형극장에서 만나기 힘든 작은 독립영화들을 틀고 있으니 밖에서 보기에 이들의 위치는 약자 그 자체라 기를 쓰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나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작은 것들이라도 큰 의미를 주고 위안을 준다. 작지만 소박한 아름다움과 온화함이 있는 극장에서 역시 작지만 색다른 감성을 전달하는 영화를 보고 끝나고 작은 카페에서 함께 영화를 본 사람과 커피 한 잔하며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 단언컨대 주말을 보내는 최고의 방법 중 하나다.
<녹화중이야>는 말기암 환자인 젊은 여성 ‘연희’와 우연히 컴퓨터를 고치다 만난 남자 ‘민철’이 연희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페이크 다큐멘터리로 전 문단에서 얘기한 독립영화 특유의 ‘작음’ 감성을 아주 잘 살린 영화다. 화질이 아주 좋지는 않은 작은 카메라로 우리가 크고 드라마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작은 일상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누구나 살면서 직·간접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나중에 행복하려면 지금 열심히 살아야한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을 것이다. 나중의 큰 행복을 위해 지금의 작은 것들을 포기하라. 어떻게 보면 옳은 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는 묻는다. 그 ‘나중’이 왜 꼭 ‘지금’이 될 수는 없는 거야? 그리고 말한다. 지금이 그 나중이야.
젊은 말기암 환자를 다큐 형식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현재 상영 중인 <뚜르 : 내 생애 최고의 49일>(이하 <뚜르>)이 떠올랐는데 <뚜르>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영화다. <뚜르>의 불가능에 가까운 위대한 여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감동적인 과정을 보는 것도 슬프지만 좋은 여운을 주겠지만 암환자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비극적 운명의 신파에 무너지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소중한 일상에 찬사를 보내는 <녹화중이야>의 작은 감동도 정말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다가올 것이다.by 정석원 관객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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