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화영(Park Hwa-young , 2018, 한국)|드라마| 2018.07.19 개봉|99분|
상영일정 07/19(목) 15:05 18:40 07/20(금) 12:34 07/21(토) 13:00 07/22(일) 10:50 07/23(월) 20:20 07/24(화) 14:40 07/25(수) 17:00 07/26(목) 13:10 07/27(금) 11:00 18:10 07/28(토) 17:05 07/29(일) 14:45 07/30(월) 18:40 07/31(화) 11:00 08/01(수) 12:40 20:20 08/02(목) 11:30 16:40 08/03(금) 18:20 08/04(토) 13:20 08/05(일) 14:25 08/06(월) 18:35 08/07(화) 11:15 08/08(수) 12:50 08/09(목) 16:30 (종영)
감독 이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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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은 나 없으면 어쩔 뻔 봤냐?”
이름: 박화영
나이: 18
직업: 고등학생
가족: 없는데 있음
친구: 있는데 없음박화영의 집에 모인 모두는 매일 라면을 먹고, 매번 담배를 피우고 동갑인 화영을 ‘엄마’라고 부른다.
화영에게는 단짝인 무명 연예인 친구 미정이 있다.
미정은 또래들의 우두머리인 남자친구 영재를 등에 업고 친구들 사이에서 여왕으로 군림한다.
화영을 이용하고 괴롭히는 영재는 화영과 미정, 둘의 사이가 마땅치 않다.
어느 날 화영의 집으로 들어온 또 한 명의 가출 소녀 세진은 영재와 심상치 않은 관계가 된다.
그리고 미정보다 먼저 그 사실을 알게 된 화영은 세진을 가만두고 볼 수가 없다.
관객프로그래머 프리뷰
‘내일을 묻는다
내일을 묻는 것은 누구에게나 ‘허용되지’ 않는다. 내일은 오늘과 달라야 내일이라 부르기 때문이다. 오늘을 잘 지내야 내일을 맞이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오늘이 버텨내기에 버거운 짐일지도 모른다. ‘패배자’는 그렇게 만들어진다. 짐을 버티지 못한 사람들은 ‘패배자’가 된다. 이들은 사회에서 밀려난 사람들이다. ‘패배자’는 ‘환자’로 취급된다. 사회는 그들이 ‘정상’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고쳐야 할 ‘병’을 갖고 있다고 본다.
‘박화영’은 시도 때도 없이 담배를 피운다. 술도 마신다. 밥으로는 라면을 먹고 집에는 담배꽁초들이 즐비하다. 입에서는 나오는 것은 욕 아니면 침이다. 그리고 ‘박화영’은 단순히 고등학생이다. ‘엄마’라고 불리는 ‘화영’의 집은 친구들에게 울타리 밖에 있는 안식처다. ‘박화영’은 ‘패배자’로 밀려 나오기보다 스스로 나오고자 한다. 그녀는 담배와 술, 온갖 사회의 잔해 위에 집을 짓는다. ‘엄마’로 하나의 안식처가 되고자 한다. 불안전한 울타리 밖의 폐허에 내린 하나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고 싶어 한다. 누구도 그녀에게 울타리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의 시작이 선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어쩌면 술에 취하고 담배 연기에 가려졌기 때문에, 혹은 폭력에 너무나도 나약했기 때문에 그녀의 삶은 난관이 가득하다. ‘패배자’로 밀려난 ‘화영’이 할 수 있는 일이란 협소하다. 다만 라면을 끓여 먹는 일처럼 단순한 선택이다. 울타리 밖에서 ‘박화영’에게 남은 선택은 울타리 안의 방법을 따르거나 폭력에 순종하는 것이다. 그렇게 그녀의 안식처는 밀려오는 내일에 무력하다. 너무나도 거대한 시간 앞에서 그녀는 나약하다.
미지의 불안에도 불구하고 ‘화영’을 잡아 둔 것은 그녀의 ‘아름다운 추억’이다. 그래서 ‘박화영’의 미래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영화 속에서 과거와의 교차 속에 ‘박화영’은 내일을 찾아간다. <박화영>은 극단의 폭력성과 불안을 강력하게 시각적으로 내비친다. 영화가 주는 불안은 서사와 표현을 넘어 불편함으로 승화한다. 그렇게 이 기이하고 불편한 ‘패배자’의 이야기는 속내를 털어놓는다. 그처럼, 우리 모두 ‘모든 게 선명하지 않더라도’, ‘박화영’과 같이, ‘내일을 묻는다.’
✍ by 최준하 관객프로그래머
✔️환상 속의 그대
극장 측에서 언질을 주진 않았으나, 나는 관객 프로그래머 프리뷰를 홍보의 일환으로 써왔다. 프리뷰 대상 영화의 단점은 슬쩍 감추고, 그것이 비록 한 줌일 경우라도 장점만을 부각시키는 것이 ‘관객 프로그래머-금동현’의 정체성이었단 말이다. 그러나 <박화영>의 프리뷰를 쓰는 지금, “이 영화를 보세요!”로 귀결되는 값싼 글을 남기는 것은 온당치 못해 보인다. <박화영>이 그 정도로 별로였냐고? 아니, 정반대다! <박화영>은 한국 독립영화의 성취 중 하나다. 영화 체험을 풍부하게 하는 다른 시제의 도입(어떤 시제인지는 극장에서 확인하라). 해석을 기다리는 가족이라는 ‘제도’ 그리고 무엇보다 해석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대사들까지. 이 영화의 완성도는 견고할 정도다.
문제는 표현 수위다. <박화영>은 흉물스럽다. 거북스런 침 뱉는 소리가 난무하며, 어떤 장면에서는 조사를 제외하곤 모든 단어가 욕이다. 당장 글로 쓰기에도 끔찍한 장면이 수다하다. 한 명의 친구로서(관객 프로그래머가 아니라!), 당신은 <박화영>을 안 보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을지도 모른다. 분명히, 한 명의 인물에게 가해지는 고통으로 서사를 진행시키는 <박화영>의 미학은 동조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 그렇지만 <박화영>은 그렇게 찍혀야하는 영화다. 담배를 피우면 남을 수밖에 없지만, 마치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여기는 담뱃재와 침이 <박화영>이다. 가장 낮은 곳에 임하기보다는, 가장 더러운 곳에 임한 카메라. <박화영>의 정치적•윤리적 스탠스는 그 곳에 있다.
그렇다면 한 명의 사람으로서, <박화영>의 더러움에 고개를 돌리지 말길 당부한다. 흉물스런 상처는 흉물스러운 것이다. 문제는 상처를 대하는 태도다. 당신은 상처를 가리고 넘어갈 것인가? 혹은 상처를 직시하고 나아갈 것인가. 미세먼지 앞에서 마스크를 쓸 것인가? 세계의 쓰레기통이 되어버린 국가들을 바라볼 것인가? 환상은 당면한 문제를 유보하는 나이브한 방편일 뿐이다. 우리는 영화라는 이름으로서라도, 때로는 현실을 직시해야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박화영이 살고 있는 ‘환상’의 배후를 보아야한단 말이다. <박화영>을 보라.
✍ by 금동현 관객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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