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발렌타인〉 개봉을 기념해 홍진훤 감독의 지금까지의 작업을 돌아보는 〈홍진훤 패배 삼부작 + 합장〉상영회가 오오극장에서 열립니다. 패배의 기억이 남긴 풍경을 따라가며, 그 안에 여전히 남아 있는 질문과 가능성, 그리고 사라지지 않은 희망의 흔적을 함께 마주해보고자 합니다.
📆상영일정 3/20(금)
16:30 〈멜팅 아이스크림〉
18:00 〈오, 발렌타인〉
19:50 〈언다큐먼티드 모나리자〉+ <합창>
🗨️마지막 회차 상영 후 GV가 진행됩니다.
GV 진행 사월의눈 전가경 대표
참석 홍진훤 감독
03월 20일(금) 16:30<멜팅 아이스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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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창고에서 “수해필림”이라고 적힌 의문에 필름 뭉치가 발견된다. 당시 현장을 기록하던 사진 집단들을 찾아가 이 필름의 흔적을 따라가며 복원을 시도한다. 하지만 그 세계를 복구하고 손상된 사진을 복원할수록 삭제되는 세계들이 발견된다. 민주화운동의 주역들이 대통령이 된 후 그들이 만드는 지옥을 막기 위해 싸웠던 수많은 노동자들의 세계. 그 엇갈림 가운데 지금, 여기의 풍경이 서서히 드러난다.
03월 20일(금) 18:00<오, 발렌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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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2월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박일수씨가 “하청노동자도 인간이다”로 시작하는 유서를 남기고 공장 안에서 분신을 했다. 사건 직후 하청노동자들은 현대중공업의 크레인을 점거했고 ‘박일수 열사 분신투쟁대책위원회(이하 분신대책위)’가 만들어졌지만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박일수는 열사가 아니다”는 선언을 하며 위원회를 탈퇴했다. 현대중공업은 정규직 노동조합이 참여하지 않는 교섭은 불가하다며 그 뒤로 숨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대의원 200여명이 열사의 영안실을 침탈하고 하청노조 조합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추모공간을 파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간의 갈등은 점점 심화되었고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민주노총 금속노조에서 제명되면서 분신 두 달이 넘어서야 박일수 열사의 장례식이 치러지게 된다.
이 당시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조합의 위원장이었던 조성웅과 경남지역에서 활동하던 민중가수 우창수가 이 영화의 두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전선에서 가장 치열하게 싸웠고 가장 철저하게 배반당했다. 이후 조성웅은 화천의 깊은 산으로 들어가 땅을 일구며 시를 쓰고, 우창수는 창녕의 우포늪에서 아이들과 동요를 만들고 함께 부른다. 패배의 기억과 깊은 산의 외로움은 또 다른 방식의 에너지를 꿈꾸게 했고 자본주의 바깥을 살아가는 새로운 방식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조성웅은 이를 ‘식물성 투쟁의지’라고 말하고 우창수는 ‘영성으로 가득한 삶’이라고 말한다. 그것을 위해서 시를 쓰고 노래를 하고 밭을 일군다. 공장과 도시를 떠난 실패한 혁명가의 지금과 박일수의 죽음을 통해 포기할 수 없는 새로운 혁명의 가능성을 감각해본다.
03월 20일(금) 19:50<언다큐먼티드 모나리자>+ <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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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훤│2025│다큐멘터리│22분 49초
미국 대공황 시기 ‘모나리자’로 불리며 빈곤의 상징이 된 한 이주 여성의 사진을 출발점으로 삼아 아직 사건이 되지 못한 이미지들, 혹은 오작동처럼 사건이 되어버린 이미지들을 다시 들여다본다. 1930년대 미국 FSA(Farm Security Administration) 사진 프로젝트의 아카이브, 2000년대 한국의 풍동 재개발 반대 투쟁 및 고 윤금이 사진 게재 반대 운동의 기록 영상 푸티지, 명동성당 이주노동자 투쟁 인터뷰 등 다양한 아카이브 자료를 재조합해 사건과 이미지의 어긋남을 살핀다. 사진은 관측할 수 없지만 중력으로만 설명되는 암흑물질처럼 사건의 방향 없는 (불)가능성 그 자체다. 다만 사진은 특정한 조건의 시공간을 우연히 지날 때 불현듯 힘과 방향을 지니며 우리 앞에 드러나는데, 이를 우리는 비로소 사건이라 부른다. 영화는 반복적으로 타임라인을 재구성하여 그 (불)가능성이 사건으로 전환될 수 있는 조건과 상황을 탐색한다. 어긋남 속에서 사진의 무작위적 사건을 발견할 수도, 혹은 끝내 실패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실패는 아카이브의 잔여이자 관측 불가능한 잠재성의 총체로 어딘가에서 작용하며 다른 의미를 생성한다.

홍진훤│2025│단채널 비디오 아트│ 33분 05초
합창 교향곡’으로도 불리는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은 1824년 발표된 이래 시대와 국가, 이데올로기에 따라 각기 다른 의미로 연주되어 왔습니다.
홍진훤의 영상 작업 〈합창〉은 그 복잡한 역사를 따라, 1942년 히틀러 생일 전야제에서 빌헬름 푸르트벵글러가 지휘한 〈교향곡 제9번〉 실황 음원과 영상, 그리고 경찰청고용직공무원 노동조합 고공농성 투쟁 아카이브 영상을 함께 보여줍니다.
〈합창〉은 텍스트와 이미지, 사운드를 교차시키며 예술과 정치의 복합적인 관계를 탐색하고 투쟁 현장에서 포착된 ‘민중들의 얼굴’을 통해 혁명의 잠재 에너지를 시각화합니다.
홍진훤은 민중들의 얼굴을 지금 여기, 시공간을 초월하는 유령으로 간주합니다. 유령일 때만 체제를 전복할 수 있는 혁명적 힘을 갖기 때문입니다.
〈합창〉은 투쟁 발언과 현장음을 ‘합창’에 동참시키고 이 얼굴들을 구체적인 역사의 맥락에서 분리해내고 잠재적인 에너지로 치환해 봄으로써 예술이 가진 실천적 힘을 복원하고자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