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의 과제를 안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 100여일을 맞았다. 사회 각 분야별로 적폐청산TF 및 진상조사위원회가 구성되었다. 문화예술계 또한 지원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 사건의 전말을 파악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가 지난 7월 31일 공식 출범했다. 이 자리에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장관은 “새 정부의 적폐청산 첫 과제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와 제도개선”이며 “누구나 배제되지 않고, 차별받지 않고, 감시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블랙리스트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까지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지난 100일을 지켜 본 우리는 과연 영진위가 적폐청산의 의지가 있는 것인지, 오히려 적폐의 온상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지난 9년간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 아래 독립예술영화는 철저하게 배제되고 탄압받았으며 영화정책의 공공성과 다양성은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문화권력 균형화전략’이라는 정책으로 좌파문화예술인들에 대한 감사 및 독립영화전용관과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을 파행으로 몰아넣었고 박근혜 정부 또한 블랙리스트라는 이름으로 문화예술인들과 영화인들을 감시하고 통제했으며 ‘독립예술영화 죽이기’와 다름없는 영화정책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지난 9년의 적폐가 드러난 현재에도 블랙리스트 실행의 책임있는 이들은 여전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책임자들의 진심어린 반성과 자정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다.
문체부와 영진위는 의견수렴을 이유로 여러 차례 간담회를 진행하였으나 정작 독립예술영화인들의 의견은 묵살하고 있다.
독립예술영화인들은 지난 5월 30일 ‘영화정책 의견수렴 토론회’(주최 문체부), 6월 22일 ‘영화발전기금 2018년도 기금사업 설명회’(주최 문체부, 영진위), 7월 11일 ‘영화계 영역별 의견수렴 토론회’(주최 영진위) 및 그 외 다양한 토론회 자리에서 ‘영진위 2018년도 독립예술영화 사업계획’의 문제점과 개선안을 제시한바 있다. 하지만 수차례 전달된 현장의 목소리는 여전히 반영되지 않고 있으며 문체부와 영진위는 의견수렴을 빙자한 요식행위만을 진행했을 뿐이다.
2018년 영진위 사업계획안은 현장 소통 의지도 장기적 비전도 부재한, 여전히 블랙리스트 정책을 답습한 사업계획안이다.
영진위 2018년도 사업계획안은 독립예술영화를 문화예술로 바라보지 않고 산업과 자본의 틀로 재단하고 있다. 독립예술영화의 생태계를 저예산영화로 사고하며 반노동적이고 반복지적인 작업환경을 강요하고 있다. 유통배급 지원 사업 또한 산업적 지표만을 근거로 하며 개봉작을 중심으로 입안되었을 뿐 다양한 영화들의 유통배급 전략과 관객개발 계획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그동안 철저히 배제해 온 민간독립영화전용관의 지원과 문제되고 있는 지역독립영화전용관 설립사업에 대한 구체적 안은 전무하다. 또한 지역에 대한 사업과 예산편성과정에서 사업의 주요대상이자 주체라 할 수 있는 각 지역의 다양하고 실천적인 영상주체들과 소통없이 일방적이고 폐쇄적인 안을 적시하고 있다.
이에 독립예술영화를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영진위의 2018년도 사업계획은 전면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 우리는 다시 한 번 강력하게 요구한다!
하나, 지난 적폐에 대한 책임있는 사과와 반성을 선행하라!
하나, 독립예술영화를 배제해 온 블랙리스트에 대해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라!
하나, 공공성 회복과 강화를 위해 산업적 지향에서 문화적 지향으로 정책을 전환하라!
하나, 독립영화제작지원 예산을 전면 확대하고 창작권 보장대책을 수립하라!
하나, 독립예술영화인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특수성 반영한 복지정책 마련하라!
하나, 독립예술영화의 생태계를 조성하고 유통배급의 다양성 확보를 위한 제도를 구축하라!
하나, 각 지역의 실천적 주체들과 소통하고 지역영화영상 및 지역영화인들에 대한 실질적 지원을 강구하라!
2017. 08. 29
(사)인디포럼 작가회의, 강릉씨네마떼끄, 광주독립영화협회, 광주영화영상인연대,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 대구경북영화영상협동조합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 대전독립영화협회, 독립다큐 창작자연대(가),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모두를위한극장 공정영화협동조합, 부산독립영화협회, 사회적협동조합 인디하우스, 성북문화재단 아리랑시네센터, 신나는 다큐모임,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오지필름, 인천독립영화협회, 전북독립영화협회, 제주독립영화협회, 한국독립영화협회,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