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아리랑: 천산의 디바 (Sound of Nomad: Koryo Arirang, 2016, 한국)|다큐멘터리| 2017.05.18 개봉 |전체세관람가|96분
상영일정 05/25(목) 14:45 20:15 05/26(금) 12:10 05/27(토) 15:05 05/28(일) 11:00 05/29(월) 20:25 05/30(화) 12:40 05/31(수) 14:45 06/01(목) 18:25 06/02(금) 14:15 06/03(토) 16:45 06/04(일) 12:50 06/05(월) 18:30 06/06(화) 12:50 06/07(수) 18:25 06/19(월) 14:45 06/21(수) 18:30 (종영)
감독 김소영
“우리는 곳곳에 다니면서
부끄러운 적 없는 공연을 했어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키르기즈스탄, 모스크바…
세계 곳곳으로 흩어진 이들에게 ‘고려극장’이 찾아오는 날은 유일한 잔칫날이었다.
잃어버린 가족을 다시 만난 듯, 그렇게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러시아인 어머니, 고려인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아름다운 목소리로 사랑 받았던 ‘방 타마라’,
100여 가지의 배역을 소화했던 무대의 여왕 ‘이함덕’,
시베리아 벌판을 무대 삼아 위로의 무대를 선사했던
두 디바의 경이로운 삶이 펼쳐진다!
관객프로그래머 프리뷰
우리가 아닌 우리.
<고려 아리랑: 천산의 디바>는 본인의 영화사 안에서도, 손에 꼽히는 특이한 제목이다. 영화, 더 나아가 문학•예술 장르의 제목이 간결한 것은 순간의 경향이 아닌, 오래도록 이어져 온 관습이다. 가장 최근에 본 영화들과, 지금 당장 책장에 꼽힌 책들의 제목을 열거해보면 전술한 주장은 더욱 명료해진다. 나는 근래에 <소곤 소곤, 별>과 <댄서> 그리고 <컨택트>를 봤으며, <피그말리온>과 <만세전>, <도련님>을 다시 읽었다. 다시 한 번, 앞 문장의 제목들과 본 작품의 제목을 소리 내어 읽으며 비교해보자. 아, <고려 아리랑: 천산의 디바>라니, 거참 황망히도 긴 제목이구나. 이쯤에서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아마, “제목이 잘못 지어졌다는 건가?” 혹은 “그래서 뭐 어쩌라고? 영화나 소개해!”같은 생각을 품을지 모른다. 안타깝게도, 앞과 같은 생각이 들었다면 여러분들은 모두 틀렸다.
본인의 추측이지만 작품의 제목을 지은 사람은, 아마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문학•예술 장르의 기존 경향을 참고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그가 참고한 제목은 논문집과 같은 학술 서적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의 작품 군 비교의 선정 기준을 채택해서, 다시 한 번 본인의 책장을 살펴보자. <소리의 정치: 식민지 조선의 극장과 조선의 관객>, <제국의 위안부: 식민지 지배와 기억의 투쟁>, <파국의 지도: 한국이라는 영화적 사태>. 이 정도면, 아마 당신에게도 납득이 갔으리라 믿는다. <고려 아리랑: 천산의 디바>는 창작물이 아닌 연구 결과에 어울리는 이름이다.
그렇기에, 나는 당신이 영화 관람 이전에 본작을 다큐멘터리이면서 동시에 한 편의 연구물로 보기를 권고한다. <고려 아리랑: 천산의 디바>의 구조는 관객의 인식을 설득하는 아주 잘 쓴 논문의 구조와 닮아있음을 분명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논문에서 독자를 설득하기 위해 달곤 하는 지난한 수사와 볼일 없는 설명이 영상 매체를 통해서 어떻게 대체되는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다큐멘터리의 요가 탐구 대상에 대한 윤리와 의심에 있다고 믿는 나로서는, 그리고 하루 한 편 논문 읽기를 성실히 수행하고자 하는 나로서는, <고려 아리랑: 천산의 디바>를 추천하지 아니할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전술한 논의를 모은다면, <고려 아리랑: 천산의 디바>가 영화가 아닌, ‘영상-논문’에 가깝다는 의견이 도출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동시에 본 작품의 논문•학술적인 성격을 끌어안으면서, 동시에 영화적인 부분이 있다고 주장하고자 한다. 그건 다름 아닌 카메라가 가장 성실하게 할 수 있는 ‘아카이빙’이다.
본 작품의 크레딧이 올라갈 때쯤이면, 당신도 아마 나와 같은 질문 몇 가지를 품을지 모른다. 마치, 논문의 결미에 정리된 연구 방향의 제시처럼, 영화가 끝나면 지적 탐구의 책임을 짊어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책임을 품어야 할 당위도 얻게 될 것이다. 그 당위의 지점은 신파나 서사가 아닌 영화 자체의 물성에 있다.
‘비정상의 정상화’란 워딩으로 진행된 국정교과서가 폐기 되었다. 그네들이 ‘정상’이라 이른 ‘국정교과서’의 면모가 ‘비정상’임을 확인하는 데는 아마 오래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반문한다. 당신이 말하는 ‘정상’의 크기는 얼마나 되는가? 國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시대의 방향은 점차 세상을 좁히고, 우리는 우리가 아니었던 우리들을 필연코 보게 된다. 그 때 당신은 우리의 역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 확장할 것인가? 해체할 것인가? By 금동현 관객프로그래머
노래 부르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함께 기억하는 역사.
‘고려인’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러시아를 비롯한 독립국가에 살고 있는 한국인 교포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라고 나온다. 영화 초반의 설명을 덧붙이면, 1860년대 조선인들이 큰 흉년을 피해 연해주에 정착한 것이 고려인의 시초였고, 1937년 9월부터 12월까지 17만 명의 고려인들이 일본 첩자라는 혐의를 받고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으로 강제이주 당했다. 시베리아를 건너 이주하는 기차와 정착 초기 척박한 환경 속에서 아이들과 노인들이 많이 죽었다. 이 영화에서 집중하는 두 예술가들이 활동한 무대가 되는 고려극장은 1932년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설립되었고 37년 강제이주 길에 올라 카자흐스탄에 정착했다. 강제 이주 후 힘겨운 삶을 살던 고려인들을 위로했을 뿐만 아니라 1970년대에는 소련 전역 순회공연을 펼쳐 고려인들에게는 민족문화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고려인과 다른 민족 간 관계 발전에도 기여했다고 평가받는다.
영화는 고려극단에서 활동안 두 명의 여성 예술가들의 삶을 따라 흐르며 100년이라는 시간적 간극과 러시아와 중앙아시아라는 언뜻 보면 멀기만 한 공간을 넘어 그들의 삶과 고려인들의 역사가 우리에게 닿는 것을 보여준다. 이함덕은 고려극단의 창립멤버로 고려인 최초로 카자흐스탄 인민배우가 된 인물이다. 자료가 많이 남아있지 않아서인지 그는 주로 그를 만났던 이들에 의해 회고되는 형식으로 등장한다. 그 말들 속에서 그는 타고난 예술가, 다재다능하고 고운 여자, 극단 멤버들을 챙기고 충고하는 어머니 같은 존재, 한인 최초의 인민배우라는 상징 등으로 재구성된다. 영화는 그를 통해 강제 이주 초기의 고려인 사회를 다루고, 그를 통해서 고려인 강제이주 역사에서 고려인 1세들의 풍습과 말과 노래가 2세, 3세로 이어진다. 두 번째 주인공인 방 타마라도 이함덕에게 노래를 배웠다고 회고한다.
아버지가 고려인인 방 타마라는 1970-80년대 순회공연 시기에 고려극단을 대표하는 디바로 활동했다. 추락하는 비행기의 조종간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는 비행사의 이야기인 <거대한 하늘>이라는 노래를 불렀는데, 마침 그 지역에 비행기 두 대가 추락하는 사고가 났었고 무대에 꽃다발이 무릎까지 쌓였다는 이야기는, 노래와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주는 위로를 떠올리게 했다.
방 타마라의 삶은 그녀의 활동뿐만 아니라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의 자식 세대에까지 상세하게 기록된다. 부산에서 연해주로 건너온 아버지 이야기를 손자에게 해주며 가족의 역사를 잊지 당부하고, 자신이 불렀던 노래를 부르는 딸의 무대를 지켜본다. 영화의 개봉에 맞춰 방한한 방 타마라는 “대한민국에서 고려인에 대해 잊지 않고 찾아주시고, 멀리 떠나 있는 사람을 기억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고 한다. 올해는 고려인 강제 이주 80주년이 되는 해다. 현재 대한민국에 거주 중인 고려인은 비공식 집계로 4~5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고려인 4세에게 동포의 지위를 주는 고려인특별법에 대한 개정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By 서상영 관객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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