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영화제
[내 감독 영업전]
정대건 감독의 소설 <GV빌런 고태경>에는 ‘모든 완성된 영화는 기적’ 이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과연 그렇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를 만드는 것은, 아무도 없는 바닷가에서 유리병에 편지를 넣어 던지는 것과도 같습니다. 부디 어딘가에 닿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누군가의 작은 마음들은 오늘도 몇 편씩 세상 어딘가의 극장에서 조용히 피어났다가, 그보다 더 조용히 사라지곤 합니다.
이번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영화제는, 여기에 대한 저희 나름의 답변이 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진 항상 여러분들께서 자신의 영화를 영업하셨지만, 이번만큼은 저희가 여러분들을 영업하겠습니다. 6명의 관객프로그래머들이 각자의 마음 속에 한 명씩 숨겨뒀던, 6명의 감독님과 함께 만들어 갈 새로운 대화의 시간을 부디 지켜봐주셨으면 합니다. 영화를 완성한다는 것, 그리고 완성된 영화를 함께 본다는 것은 이미 그 자체로 하나의 ‘기적’ 이니까요.
*일정: 11/20(금) ~ 11/22(일)
*주최: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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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금) |
11/21(토) | 11/22(일) |
| 14:00 오정석 감독전GV:오정석 감독 참석 | ||
| 16:30 이옥섭 감독전GV:이옥섭 감독 참석 |
16:30 윤단비 감독전 GV:윤단비 감독 참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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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0 윤가은 감독전GV:윤가은 감독 참석 | 19:00 조현민 감독전GV:조현민 감독 참석 |
19:00 박재범 감독전 GV: 박재범 감독 참석 |
*윤가은 감독전 40분/전체관람가
윤가은 감독의 영화를 보고 누군가는 꼭 질문한다. 왜 여자아이가 주인공인가요? 그는 그저 아는 이야기를 할 뿐이라고 답한다. 세상이 조금 미워질 때, 그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악에 받쳤을 때 감독의 영화를 찾는다. 아이의 해맑음, 여름 햇살이 주는 따스함도 한몫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아이’는 우리가 알던 아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들은 마냥 발랄하지도 그저 약하지도 않으며 때로는 놀랍도록 담담해 서늘하기도 하다. 아이는 그렇게 이야기 속에 주체로 살아 숨쉰다. 누구든, 무엇이든 단 하나의 속성만 가진 존재는 없다. 편의를 위해 그렇게 정의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런 룰(rule) 아닌 룰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 고요하고 단단하게 ‘윤가은’이라는 장르를 만들어가는 감독.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이야기를 하는 게 용기인 세상에서 선뜻 걸음을 옮기는 그. 그의 용기로 누군가는 또 다른 용기를 얻는다. 윤가은 감독과 아이는 떼려야 뗄 수 없다. 그러나 혹 다음 작품에 아이가 나오지 않는다 해도 그리 크게 다른 이야기는 아닐 거라고 감히 확신한다. 또 다른 모습의 아이일 테고, 우리일 테다. 아닌 척 참고 사는 우리에게 뭉근한 위로를 건네는 영화. 윤가은 감독이 불러 모은 우리들. 우리는 함부로 불행하지 않다.
By 장예지 관객프로그래머
손님 (출연: 정연주) 2011 19분

아빠를 훔쳐간 불륜녀의 집에 들이닥쳐 분노를 폭발시키는 소녀. 하지만 그 곳엔 동그마니 어린 두 남매만 집을 지키고 있다. 불륜녀를 기다리던 소녀는 남매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질풍노도의 사춘기 소녀가 겪는 성장통의 한 단면을 예리하게 포착해낸 수작.
콩나물 (출연: 김수안) 2013 20분

마을을 누비는 보리의 하루, 그녀의 눈높이로 바라본 세상 그리고 뜻밖의 판타지
할아버지의 제삿날, 7살 소녀 보리는 바쁜 엄마를 대신해 콩나물을 사 오려 한다. 생애 처음, 집 밖으로 홀로 떠나는 여행! 과연 보리는 혼자 무사히 콩나물을 사 올 수 있을까?
*이옥섭 감독전 57분/15세관람가
애써서 이옥섭의 세계에 빠지는 것을 뒤로 미뤄왔다. ‘메기’에서 대표되는 싱크홀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면, 그를 알게 되면 알게 될수록 헤어나올 수 없을 것 같은 묘한 두려움이 들었다. 가장 무서운 것은 이옥섭은 이옥섭을 잘 안다는 점이었다. 어떤 이미지가 자신이 보여주고 싶어하는 들끓는 에너지들을 표현하는 데 적절한지 잘 알고 있다. 그것도 기존의 방법과 문법을 비틀어 표현한다. 익숙하지 않아 눈에 거슬리고 이상하게 보여지는 존재들은 잔상에 남아 그 세계에 기꺼이 머물게 만든다. 그렇기에 오히려 아무렇지 않게 개인의 경험 속에서 공감이 필요했던 이야기들을 떠올리게 만들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위로를 건넨다. <걸스 온 탑>의 선인장과 <메기>의 메기 그리고 <세 마리>의 겨울이를 떠올리며, 감독은 동물과 식물을 통해 교류하고 나의 세계와 마주하려는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것은 고민의 끝이 아니라 세계의 확장으로 하여금 단단해지는 개인의 변화들로 기대하게 만들었다. 큰 주제의식의 부담 대신에 인물의 시선을 자연스레 따라가다보면 느끼게 되는 감정의 깊이. 평소에 사소한 것들도 사소하게 여기지 않는 감독의 세심한 시선으로 만들어지는 감각적인 영상. 인물의 감정을 독특한 색과 적절한 음악적 장치 그리고 공간적인 연출로 표현하는 데 있어 이옥섭만큼 눈길을 잡아끄는 감독은 없었다. 그 세계에 한번 발을 담근 사람은 이미 가슴팍까지 물이 차 있을지도 모른다. 도대체 이옥섭이라는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앞으로 어떤 다른 세계를 보여줄 것인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이옥섭에 대해서 궁금해지는 것이 두렵다. 싱크홀에 빠지면 빨리 빠져나오는 게 해답이라는데, 파고 들어갈 일 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이옥섭은 영업이 필요없는 감독이지만, 그의 세계를 열심히 파고 있는 모두와 더 깊은 세계로 탐험을 떠나고 싶다. 나는 이옥섭의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옥섭씨…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지내세요? 마주한 시간 속에서 아주 조금의 답을 얻었으면 좋겠다. by 임아현 관객프로그래머
플라이 투 더 스카이 (출연:조성환,구교환) 2015 14분

이태리에서 돌아온 성환이 교환과 재회한다.
걸스온탑 (출연:천우희, 이주영) 2017 5분

우희는 그녀와 이별하고 돌아오는 길에 주영을 찾아간다. 주영과 우희는 그녀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세 마리 (출연:심달기,구교환)2018 36분

미세먼지가 심해 나가지 못하겠다던 남자친구가 나 몰래 외출을 한 것 같다.
로미오: 눈을 가진 죄 (출연:구교환)2019 2분

“소정아 연락이 안 된다” 우리 모두 무얼 보고 싶어 하는 욕구에서 영화는 시작된다. 사랑도.
*조현민 감독전 88분/15세관람가
영화를 통해 삶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더 많은데, 영화를 통해 영화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더 적습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조현민 감독은 제겐 분명 후자의 경우입니다. 그는 영화에 의한, 영화를 위한 영화를 만들고 그 영화가 오늘날의 세상에서 관객 각자에게, 그리고 세상 전체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에 대해 진지한 얼굴로 질문합니다. 조현민 감독의 <종말의 주행자>를 보면서, 저는 아 이분은 정말로 영화를 좋아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습니다. 우리의 지난 나날들을 가득 채워 온 수많은 영화들의 인용과 상징, 그리고 영화에 대한 나름의 성찰이 담겨 있는 진지한 대사들에는 영화라는 것이 우리의 삶에서 갖는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습니다. 눈물나게 웃기다가, 또 눈물나게 감동적인 장면들이 이어졌습니다. 그 영화를 보고 나서, 저의 세상은 조금 더 영화다워졌습니다.
그런데 <종말의 주행자>는, 막상 그런 ‘영화’ 가 사라진 세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생명의 기운을 전혀 느낄 수 없는, 황량한 사막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이 이야기에서 ‘영화’ 의 소멸은 곧, 세상의 종말과도 같습니다. 그런 텅 빈 세상 위로 가끔 영화의 조각들이 떠오를 때마다, 저는 진심으로 감동하고 환호하고 열광하곤 했습니다. 요즘 같은 이런 세상에서, 영화는 역시 너무나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저희에게는 이런 영화가, 그리고 이런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필요합니다. by 최은규 관객프로그래머
네발의 레이서 (출연: 조현민) 2014 20분

태어나서 한 번도 네 발 달리기를 져 본 적이 없는 대학생 조현민.
어느 날 버스에서 네 발 달리기 세계 대회가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한다.
6D 극장 (출연:서현우) 2015 22분

허구한 날 영화만 보다 여자친구에게 차인 민규는 실의에 빠진 채 ‘6D 극장’이라는 허름한 영화관에 들어간다. 그 곳에선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원하기 위해 기적의 성배를 찾아 떠나는 아더왕의 모험에 대한 영화가 상영되고 있는데…
3D, 4D를 넘어 영화의 ‘육감’까지 체험하는 기상천외한 6D 영화가 시작된다!
종말의 주행자: 완전판 (출연:서현우, 최서연) 2018 41분

영화가 사라진 세상, 모든 것을 영화처럼 해석하는 남자가 나타난다.
*오정석 감독전 65분/12세관람가
나는 욕심이 없는 영화가 좋다. 미겔 아브레우가 스트라우브와 위예의 영화에 감탄하며 일렀듯 “영화적 질료의 기초적 조건들(basic units of cinematic matter)”을 소박하고 진중하게 활용하는 작품들. 그래서 나는 <여름날>이 좋았다. 카메라는 언제나 정확한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였고, 쇼트의 길이는 적절했다. 카메라가 인간의 물질적 흔적을 재생산할 뿐이라는 점을 차분히 인정하듯, 인물의 내면으로 침투하는데도 관심이 없어 보였다. <여름날>의 최소주의는, 내가 다른 많은 유희 거리 중에서 하필 왜 ‘영화’였는지 새삼 깨닫게 해줬다. 기실 <여름날> 같은 영화는 드물다. 욕심이 없는 영화가 드물다는 말이다. 역사적·이론적 주제에 요란하게 집착하거나 해외 영화의 룩을 장식적으로 탐닉하는 작품들을 구태여 보고 싶지는 않다. 내가 더 보고 싶고 앞으로도 궁금한 것은, 영화-매체의 최소 요소에서 시작하는 작품들이다. 그래서 나는 《내 감독 영업전》을 통해 오정서 감독을 말 그대로-비록 <여름날>이 좋았던 이유는 ‘내 감독’같은 말로는 좀처럼 포섭되지 않는 요소들 때문이었지만-영업하고 싶었다. 혹은 단순히 이기적인 이유로 좋은 영화를 찍은 감독의 전작(前作)을 모아 보고 싶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혹은 흥미롭게도, 오정석의 필모그래피는 하나의 결이 아니다. <여름날>과 견주어 보자면, 근작 <출장>(2016)과 <레인보우>(2016)에는 여백의 부피가 존재하지 않으며 ‘지역’을 과도히 의식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출장>의 롱 쇼트에서 드러나는 다큐멘터리적 요소는, <여름날>의 정취와 가깝기도 하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그의 첫 번째 작품 <사랑에 관한 비디오>(2014)다. 오정석의 비디오-영화 체험을 담은 이 영화의 주제가 체념인 것은, 다른 영화들을 가로지르며 영화-매체의 최소주의를 예견하는 것처럼 보였다.
『리버스』에서 진행한 오정석의 인터뷰. 오정석이 <여름날>을 제목으로 거론하자, 유운성 평론가는 괜찮은 제목이라며 “연작으로 가을날, 겨울날, 봄날 쭉 만들면 되겠네”라고 답변했다. 나는 가을날, 겨울날, 봄날이 보고 싶은 만큼, <여름날>의 이전-어쩌면 ‘봄날’로 묶을 수 있을지도 모를-영화를 보고 싶었다. 오정석과 앞으로 보내게 될 사계(四季)를 위해. by 금동현 관객프로그래머
사랑에 관한 비디오 (출연: 최민준,이정비) 2014 11분

태순은 항상 비디오 가게에서 <라이언 킹>을 빌려본다. 비디오를 빌리러 가는 날 태순은 엄마에게 ‘사랑에 관한 비디오’를 빌려오라고 하는 심부름을 받는다.
엄마와 함께 비디오를 보며 태순은 어느 순간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
레인보우 (출연: 팩스턴 마이클,배성진) 2016 28분

대학생 성진이 그리고 호주에서 온 마이클은 한국에서 동성애자로 살아가고 있다. 한국에서의 게이 라이프 그리고 그들이 겪은 사랑이야기와 숨겨야했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출장 2016 (출연:김록경, 유성재, 이도훈, 이현서) 26분

자신이 살았던 동네에 출장을 오게 된 정식. 하지만 그가 찾는 거래처는 보이지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어린 시절 추억을 하나씩 찾게 된다.
*윤단비 감독전 42분/전체관람가
다들 여름하면 어떤 기억을 떠올릴지 궁금하다. 실제로는 분명 후덥지근함에 지친 적이 많았을 테지만, 이상하게도 기억 속 여름의 이미지는 결국 싱그럽고, 건강하고 풋풋하다. 윤단비 감독은 조금은 텁텁한 열기와 마루 위, 수박, 솔솔 부는 여름 바람의 막연한 기억을 영화 <남매의 여름밤>, <불꽃놀이>, <생활의 길잡이>의 시공간 곳곳에 심어두었다. 그렇게 기억 속에서 뭉뚱그린 여름의 이미지를 재현해내는 윤단비 감독의 작품들은 왜인지 자꾸만 나의 여름을 돌아보게 한다. 그러니까, 윤단비 감독은 이층집 남매, 학창시절 친구들, 시골 할머니 댁에 놀러간 어린 형제들을 통해 보는 이가 무언가를 막연히 추억하게끔 만든다. 신파, 의도적 교훈주기와 같은 요소는 찾아볼 수 없다. 보는 내내 담백하고 자연스럽다. 이렇듯 윤단비 감독의 작품들은 편안히 생각할 시간을 선사한다. 지치는 일이 넘쳐나는 요즘이기에 영화 한 편 보는 것도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그렇지만 윤단비 감독의 영화는 현실의 피로감을 추억으로 상쇄하도록 만드는 무언가를 지녔다. 자발적으로 생각하고 추억하게 만드는 힘, 편안함이 모두 공존하는 윤단비 감독의 영화로 무심히 지나가버린 올해 여름을 조금은 다르게 추억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by 이아영 관객프로그래머
생활의 길잡이 12분

여름 방학을 맞아 시골에 내려온 용태와 기태. 기태는 보이스카웃 캠핑을 하는 기분으로 시골에 내려왔지만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엄마가 보고 싶어지는데…
불꽃놀이 2014 30분

물고기를 좋아하는 동생은 모아 온 용돈을 용희에게 맡기며 물고기를 사다 달라고 부탁한다. 용희는 그 돈을 친구들과 노는 데 써버리고, 친구들은 물고기를 구해줄 수 있다 호언장담 하건만 시간이 갈수록 물고기를 구하는 일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동생은 물고기를 계속 찾고, 용희는 마음이 불편하다. 결국 물고기를 찾으러 간 용희와 친구들. 그러나 물고기 대신 불에 탄 아지트를 발견한다.
*박재범 감독전 42분/전체관람가
그 시절 PC 통신이라는 것이 있었다. 전화 모뎀을 사용한 초창기 인터넷 모델로 지금 속도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느리지만 생각해보면 나름의 설렘이 있었던 것 같다. 인터넷뿐 아니라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 누군가의 안부를 물으며 편지를 쓰는 일이 없어졌고 손으로 쓰는 글씨는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한다.
빠르게 변하면서 불필요한 부분을 지우고 간소화 작업에 혈안이 되어 있는 지금 진정성이 결여된 채 방향을 잃어버린 것 같다. 잠시 숨을 고르며 멈춰 나아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이 세편의 애니메이션은 진정성 있는 한걸음, 나아감에 대한 이야기이다.
차량 충돌 실험의 더미 인형 아담과 이브, 폭풍우가 치는 바다 한가운데에서 노를 젓는 요나, 물 한 모금 마실 수 없는 교전 속 롯과 아람이 한걸음을 내딛기 위해 서있다. 그들이 처한 상황이 상황인지라 누구도 쉬이 나아가지 못한다.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장편 극영화가 지닌 다층적 구조, 배우의 메서드 연기를 볼 수 없지만 스톱모션으로 구현한 섬세한 연출에서 상실의 아픔이라는 보편적인 정서를 느낄 수 있다. 다른 장르에 비해 장면마다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기법이기에 만든 이의 정성이 느껴서 단순한 서사구조임에도 감정 동기화가 일어난다.
무언의 동정심으로 시작한 애니메이션은 느리지만 제 속도로 깊숙이 다가와 큰 울림을 준다. 정면으로 다가오는 좌절을 피하지 않고 거친 숨소리와 겨우 내딛는 발걸음이 무너지지 않길 바라는 간절함도 함께.
비록 마주한 현실이 아프지만 하늘은 파랗고 햇살은 따뜻한 게 스크린 넘어 온정까지 느껴진다. 힘겨운 걸음을 내디딜 수 있는 것은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 때문이다. 그렇기에 오늘을 살아갈 희망이 있다. by 곽라영 관객프로그래머
더미: 노 웨이 아웃 2015 7분

차량 충돌 실험 더미인형인 아담과 이브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다. 매일 같은 차량 출동에 이브는 심하게 다치게 되고 아담 홀로 남게 된다. 아담은 이브를 찾으러 떠나고 함께 탈출을 꿈꾼다.
빅 피쉬 2017 8분

폭풍우가 치는 바다, 아이를 삼킨 빅 피쉬를 찾아 위태로운 조각배의 노를 젓는 요나. 평온해진 바다에서 빅 피쉬를 만나 스스로 뱃속으로 뛰어든다.
스네일 맨 (출연: 강길우, 강진아) 2019 22분

할아버지 롯이 손자 아람과 함께 아들의 유해를 찾아오기 위해 수레를 끌고 사막으로 길을 떠난다. 마을에 도착한 롯이 아들의 주검을 수습하던 중에 또다시 교전이 일어나고 아람은 아빠인 모압의 죽음을 목격한다. 절망한 롯과 아람 앞에 죽은 모압이 꿈처럼 나타난다.
지혜로운 방구석 생활 2020 5분

지방에서 5년간 근무하던 회사를 관두고 서울로 올라온 지혜는 갑자스런 코로나19 사태로 방구석 생활을 전전하고 있다.
계획에 전혀 없던 이 생활에 그녀는 잘 적응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겨우 버티고 있는 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