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14일 오렌지필름 3주년 MIXTAPE B 관객과의 대화 참석:이은정 감독, 이우정 감독, 임오정 감독 모더레이터: 민지연 오렌지필름 대표 정리: 김성주 관객 프로그래머
민지연 대표: 관객분들에게 인사 한마디씩 부탁드릴게요.
이은정 감독: 안녕하세요. 저는 ‘치욕일기’를 만든 이은정입니다.
이우정 감독: 안녕하세요. ‘애드벌룬’를 만든 이우정 이라고 합니다.
임오정 감독: 안녕하세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만든 임오정입니다.
민지연 대표: 첫 질문으로 어떻게 영화를 만들게 되었는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은정 감독: 저는 2013년도에 지원받아 2015년도에 영화를 찍었는데 전 작품들은 조금 코믹하고 소박한 걸 찍어서 이번에는 각을 잡고 진지하게 드라마를 찍어보고 싶은 거예요. 그 당시 이제 아르바이트하는 것도 힘들고 연애도 힘들고 이런 경험들을 살려서 진지하게 마음을 담하서 찍어보고 싶다 이런 생각으로 시나리오를 써서 촬영을 했던 것 같아요.
이우정 감독: 오랜만에 영화를 보니까 기억이 나더라고요. 10대 시절에 대한 악몽 같은 게 있던 것 같아요. 비겁하게 살아남았다는 괴로움을 영화로 만들었어요.
임오정 감독: 졸업 작품을 찍어야 되는데 청춘이 꺾여버린 느낌으로 스스로 우유부단하고 신념 같은 게 사라진 모습이 괴로웠는데 언제부터 내가 이렇게 된 거지 생각해보다가 고등학교 때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때 모습을 지금 들여다보면 왜 사람이 비겁해지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이 영화를 찍게 되었습니다.
민지연 대표: 각자 연출하시는 스타일도 다르신데 어떻게 촬영현장에서 연출하셨는지 배우 분들이랑 어떻게 영화를 만들어 가셨는지 궁금합니다.
이은정 감독: 저 같은 경우는 박주희 배우는 다른 영화에서 스태프를 할 때 출연 배우로 친해져서 친한 언니동생으로 지내고 있었는데 이런 영화 찍으면서 박주희 배우와 같이 하자고 하니까 너무 친해서 하는 게 두렵다고 하더라고요. 괜히 사이가 소원해 질까봐. 그래서 설득을 해서 같이 찍게 되었고, 이학주 배우 같은 경우에는 ‘열 두 번째 보조사제’를 보고서 부탁드려가지고 출연해주신다고 해서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막상 찍을 때 현장에서는 박주희 배우한테 많이 의지해가면서 찍었었고, 이학주배우랑은 많은 대화는 하지 못했어요. 나중에 친해지고 나서는 서운했었다고(웃음). 현장에서는 지원받을 걸로 빠듯하게 진행된 것이라 솔직히 배우들이랑 많은 이야기를 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이우정 감독: 이민지 배우님 같은 경우에는 최아름 감독님 단편을 보고 같이 하고 싶어서 연락을 드렸었고, 이민지 배우 옆 친구(장의영 배우)는 대안학교 다니는 실제 고등학생 친구였고, 그 친구도 ‘수학여행’이라는 단편에 나왔는데 그 모습이 기억에 남아서 같이 하자고 했습니다. 노는 친구 역을 해준 박경혜 배우는 그 때 배우들 보려고 연극반 있는 고등학교를 돌아다니다가 보게 된 일산에 있는 고등학교 3학년 연극반 학생이었어요. 그래서 무언가 잘 맞아가지고 같이하게 됐고, 촬영하기 전에 같이 모여서 친해져야 같이 많은 시간들을 보냈던 것 같아요.
임오정 감독: 주인공 했던 이유진 배우님은 저희 영화과 후배로 원래 연출하셨던 감독님이신데 종종 연기를 했다고 이야기를 들었었고, 직접 만났는데 제가 홀딱 반해가지고 같이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예상하지 못한 연기를 하셔가지고 그게 많이 탐이 났고요. 박소담, 신우희, 임성미 등 다른 배우 분은 연극원 출신입니다. 리허설을 오래하는 편인데 촬영 4일전에 모여서 호흡과 대사를 맞추는 그런 시간들을 많이 보낸 것 같습니다.
민지연 대표: 이어서 질문 하겠습니다. 세분이 친하신 걸로 들었는데 서로 작품을 어떻게 봤는지 궁금합니다.
이은정 감독: 두 분의 작품을 너무 오랜만에 봤는데 임오정 감독님의 ‘더도 말고 덜도 말고’는 달 보면서 비는 장면이 있잖아요. 저희가 한강에 산책하면서 달 보면서 아직도 빌고 있거든요. 잘되게 해주세요(웃음) 하면서 되게 짠하더라고요. 이우정 감독의 ‘애드벌룬’ 같은 경우에는 저렇게 상큼하게 젊었었나(웃음) 하는 생각에 짠하면서 어린 시절의 모든 것들이 환기되면서 좋았던 것 같아요.
이우정 감독: 동네 가까이 살면서 친구이고 언니들인데 그래서 우리가 언제 이런 자리가 생기겠냐는 그런 마음으로 왔고 너무 오랜만에 영화를 보는데 제가 좋아하는 언니들의 그 시절의 치열하게 고민 했던 지점들이 보여서 약간 이상한 마음이 들었어요. 이은정 감독님 영화촬영 현장에 갔었는데 박주희 배우의 몸을 불사르는 두들겨 맞는 씬은 다시 봐도 움찔움찔해요. 그때 배우 분도 되게 놀랐었거든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는 오랜만에 봤는데 옥상에서 주인공이 소리 내는 장면, ‘아아’ 소리 내는 게 되게 좋았어요.
임오정 감독: 공백기를 의지하면서 지내는 멤버들이고 친하게 지내는 감독들인데 같이 영화를 할 수 있는 친구들이라 오늘 오게 된 것이 반가웠고 오랜만에 같이 영화를 볼 수 있어 뭉클했던 것 같아요. 이우정 감독님 영화에서 제가 좋아하는 장면은 주인공(박경혜 배우)가 아이스크림을 물고 있는데 친구가 놀러갈 건데 갈 거야 말할 때 주인공이 망설이는 모습을 클로즈업 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영화에서 유일한 클로즈업이에요. 처음 봤을 때 굉장히 놀랬거든요. 작가다. 그래 작가다.(웃음) 하면서, 그 장면이 망설이는 표정도 과하지 않고 불안하면서도 설레고 해보고 싶은 모든 것들이 짧은 장면에 담겨져 있더라고요. 그 순간은 감독님을 존경하게 되더라고요. 이은정 감독님 영화를 오랜만에 봤는데, 진짜 대사랑 연기를 잘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은정 감독님의 연출을 넘어서 배우분들 자체가 에너지가 꽉차있었던 장면이 헤어지기 전에 마주보는 장면, 근데 한마디도 없이 마주 보는 장면이 있잖아요, 근데 그 장면이 너무 슬프더라고요. 다시 봤는데 그 장면이 너무 슬펐습니다.
관객1: 차기작품 준비하고 계신 게 있으신가요?
임오정 감독: 준비단계에 있어요. 올해 안에는 장편 시나리오 써서 하려고 합니다.
이우정 감독: 계속 준비하는 게 있어요. 아직 투자나 캐스팅이 안돼서 고치고 있습니다.
이은정 감독: 저도 작년 1월에도 여기서 시나리오를 집필 중이라고 말했는데(웃음) 지금 계속 수정본을 쓰고 있습니다.
관객2: 캐릭터 중에 이런 캐릭터를 가진 배우와 작업 하고 싶으신 배우나 캐릭터가 있으신가요?
임오정 감독: 어떤 감정이나 대사를 자기방식으로 해석하는 사람이 있거든요. 근데 자기방식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은 따라할 수가 없잖아요. 만약에 연기학원을 다녔거나 학습된 감정이 연기하는 것이 아닌 자기 것으로 해석하시는 분에게 감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은정 감독: 최근에 제일 많이 생각이 드는 건 이 배우가 스스로 자기의 매력이 누군가에게 본 걸 나에게 입히는 게 아니라 내가 가진 장점이 무엇인지 매력이 무엇인지 자기 일에 대해 캐치를 해서 그것을 키우고 극대화 시켰을 때, 그것에 반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우정 감독: 저도 양쪽과 같은 생각입니다.
민지연 대표: ‘치욕일기’는 볼 때마다 울거든요. 그래서 왜 울게 될까 생각해봤을 때 디테일 때문인 것 같더라고요. 사랑하는 사이는데 서로 안아주지 못하는 상황, 육교에서 박주희 배우가 폭행을 당했을 때 놀랬고, 지하철에서 카메라를 놓고 갔을 때 표정, 이학주 배우님의 시장에서의 맞았을 때 느낌. 육교에서 헤어질 때 느낌은 안 울 수 없었더라고요. 그래서 이 디테일이 어디에서 왔을까 궁금했습니다.
이은정 감독: ‘치욕일기 ‘ 같은 경우에는 카메라를 잃어버리고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남자친구가 카메라를 훔치고 이런 것은 극화된 것이에요. 극화된 것을 뺀 나머지 감정의 느꼈던 것들은 영화를 만들 당시만 해도 5포세대, 지금 너무 많이 나오는데 왜 이런 사랑영화가 안 나오지 내 친구들을 보면서 다들 이것으로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그러면 내가 한번 찍어보고 싶다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먹고 살기는 힘든데 연애는 해야 되고 누가 하나가 잘나가서 끌어줬으면 좋겠는데 그것은 안 되고 나도 짠한데 쟤 보면 쟤도 짠하고(웃음) 그런 디테일들은 경험에서 온 게 많아서 그것을 박주희 배우나 이학주 배우에게 충분히 설명을 하고 진행을 한 것 같아요.
민지연 대표: ‘애드벌룬’ ‘더도 말도 덜도 말고’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하잖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1인칭으로 시작하는 영화에 더 빨리 몰입하게 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애드벌룬’의 처음이랑 마지막에 나오는 장면이 실제 고등학교 학생이 촬영된 영상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그런 형식을 쓰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지금 감성에도 맞는 것 같아서 예전에 어떻게 이런 감성을 가지고 찍으셨을까 감탄하면서 봤었거든요. 그래서 궁금했어요.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촬영을 하게 됐을까.
이우정 감독: 영화 앞, 뒤로 들어간 영상은 고등학교 월요일 아침 조회 영상이었어요. 전교생을 엑스트라로 찍을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아서 그 시절의 자료가 남아있는 학교 방송반 찾아다녔어요. 영화의 배경으로 나왔던 학교는 목동고등학교인데요. 목동고등학교가 90년대 아침 조회 때부터 굉장히 많은 비디오테이프로 방송반 활동이 남아 있었어요. 그래서 애초에 이 영화의 포맷도 비디오 포맷으로 하고 싶었던 생각도 있었고, 사실은 항상 그랬던 것 같은데 영화촬영을 마치고 나면은 다 망했다 싶고 원하는 것 하나도 못했다 싶고, 약간 끝났다 싶고 그랬거든요. 그러면서 방송반에서 빌려왔던 테이프를 보면서 이렇게 했어야 되는데 저렇게 했어야 되는데 그런 생각들을 했었어요. 그러면서 여기서 좋은 장면들을 영화 처음이랑 후반부에 넣은 거였어요. 그리고 내레이션은 원래부터 그렇게 되어 있었어요. 시나리오 쓸 때 제가 중·고등학교 때 졸업앨범을 보면서 생각했는데 소문이 꼬리표처럼 남아 있는 친구들이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한 번에 써내려가고, 이름들이랑은 조금씩 바꿨거든요. 그렇게 했었습니다.
민지연 대표: 실제로 학교 다닐 때 그런 친구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디테일이 살아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는 박소담 특별전 하면서 감독님과 전국을 돌면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그때 작품의 해설, 감독님께서 해주시는 이야기에 감탄했었어요. 10대가 주는 밝은 에너지가 있는데 되게 엄청 잔인하잖아요. 그런 것이 주는 아이러니한 상황, 작품을 열어도 무언가 있는 작품이어서 되게 감탄하면서 봤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글을 쓰시게 되셨고 하시면서 힘드셨던 부분이 있으시면 편하게 이야기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임오정 감독: 제가 하고 싶었던 거는 이우정 감독 ‘애드벌룬’의 불안과 제가 다룬 불안이 다른 것이라 생각했고 제가 다룬 불안이 표출되는 방식이 집단성이나 비겁함 같은 게 조금 더 폭력적인 상황으로 나간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자기가 살아남기 위해서 계속 희생해야 되고…
어떻게 하면 리얼하게 할 수 있을까 어린아이들을 취재하면서 말투, 욕 등 표현들을 찾아서 쓰려고 했던 것 같아요.
관객3: 저도 영화를 만들고 있는 학생인데 지금 세분이 부럽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영화를 만드실 때 자신만의 신념이랄까 꼭 생각하시고 만드시는 게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임오정 감독: 저는 찬란하게 망하자. 왜냐하면 똑같은 영화를 찍고 싶지는 않은데 제가 찍으려는 방식들이 예를 들면 롱테이크 등이 설득이 안 될 수 있잖아요 그걸 조율하는 과정에서 지칠 수도 있거든요. 타협할 수도 있고. 타협해야하는 부분이 설득이 안 되면 다시는 재기는 못하더라도 내 마음껏 해보고 끝냈으면 좋겠어요. 저에게 딱 한 가지라도 실험이 될 수 있는 것을 지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우정 감독: 저도 중간이나 끝에 내가 잡을 수 있는 딱 한 가지만 있으면 저는 괜찮거든요. 그러면은 엄청 무너지진 않으니까 제가 남들한테 다른 것은 양보해도 양보하지 않는 한 가지는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은정 감독: 제가 제일 힘들어 할 때를 떠올려 보니까 다른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저 배우가 저 대사를 하면 민망하겠다. 오글거리겠다. 이 상황에서 이게 잘 안 나오겠다. 기능적으로 넣은 대사라던가 생각했을 때 제가 봤을 때 민망해서 못 보겠더라고요. 나도 지키려고 해도 자신은 없지만 오글거리거나 민망한 순간이 연기하는 사람이 이 역할을 할 때 그리고 보는 입장에서 최대한 그것은 없으면 좋겠다는 것에 많이 신경을 쓰는 것 같아요.
민지연 대표: 마지막으로 소감 듣고 마무리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이은정 감독: 영화하면서 만난 친구들 중에 제일 친한 친구가 두 사람인데 삼십대 중반에 같이 상영할 수 있어서 잊지 못할 것 같아요. 그 자리에 함께 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계속 잘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우정 감독: 저희가 가까이 사는 것도 다 아시잖아요. 답답할 때 같이 한강을 걸었던 적이 많아요. 월드컵 대교가 건설되고 있어요. 공사 시작할 때부터 봤는데. 2019년 완공으로 공사를 쉬지 않고 하고 있던데 저희가 거기를 지나다니면서 저 월드컵대교가 완성되기 전까지는 장편을 꼭 찍자 이런 이야기를 했거든요. 시간이 빨리 흘러서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래도 같이 계속 걷고 이야기 나누면서 좋은 영화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임오정 감독: 오늘 대구 두 번째로 오는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첫 번째 상영으로 왔던 2013년 여름에 제일 좋았던 거는 막창, 그래서 서울에서 이 친구들을 만날 때 막창에 소주를 너무 먹고 싶다고 이렇게 이야기하다가, 여기 오기 전에 막창 5인분을 먹고 왔습니다.
5년이 지났지만 오렌지필름 덕분에 다시 한 번 ‘더도 말고 덜도 말고’를 상영해서 뜻깊었고 같이 잘됐으면 하는 동료 감독분의 훌륭한 작품들을 같이 상영할 수 있어서 너무 영광이었습니다. 다음에는 새로운 영화로 찾아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