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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관객프로그래머 초이스! <바얌섬 >
일정: 04월 26(토) 오후 2시 GV: 김유민 감독, 이상훈, 이청빈 배우 참석
모더레이터: 김건우 관객프로그래머
<바얌섬> 추천사 – 몽환의 섬으로! ✍ by 김건우 관객프로그래머 |
내 고향 안동에선 가을마다 탈춤 축제가 열린다. 강변에 있는 대공연장에서 축제날엔 매일 우리나라 곳곳의 탈춤과 마당놀이가 공연되었다. 나는 어릴 적 처음 본 탈춤 공연의 낯선 풍경에 이끌려 사춘기가 오기 전까지 탈춤 축제가 열리면 대공연장에 하루 종일 죽치고 앉아 하회별신굿탈놀이, 봉산탈춤, 북청사자놀이 등등 다양한 전통 탈춤을 보았다. 그것이 내가 한국의 고전 이야기들에 관심을 가지게 된 첫 계기였다. 2년 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본 김유민 감독의 장편 데뷔작 <바얌섬>은 그 고전 이야기에 매혹되었던 내 어릴 적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임진왜란으로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 세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바얌섬>은 고전 한국문학에서 쓰인 다양한 클리셰와 스타일을 시각화하면서 관객들에게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또한 이야기와 어우러지는 무인도의 몽환적인 풍경과 판소리, 사물놀이 음악을 활용한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은 이 영화의 세계에 완전히 젖어 들게끔 한다. 무엇보다, <바얌섬>은 유머와 미스터리가 빛나는 영화이다. 충청도 사투리를 베이스로 한 영화의 대사는 한국의 탈놀이극이나 고전 소설에서 묻어나는 해학이 일부 담겨 재미를 주고 영화가 진행될수록 의미심장해지는 섬의 정체와 등장인물의 면면은 감독의 초기 단편인 <망>에서부터 드러난 영화의 개성적 측면을 살리면서 새로운 흥미와 깊은 여운을 선사한다. 이렇게 <바얌섬>은 감독 본인의 이야기적, 연출적 특징이 잘 묻어나면서도 한국인들이 널리 공유하는 정서들을 잘 활용함으로써 고유성과 보편성을 모두 갖추고 있는 수작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독립영화가 가지고 있어야 할 미덕은 주류 영화에선 잘 선택하지 않는 길을 정면으로 돌파 해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시장의 선봉에 있는 대부분의 독립영화는 특이한 소재만을 선택할 뿐, 그 결과물들은 다소 천편일률적인 부분이 있어 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 상업영화에서도, 독립영화에서도 거의 선택하지 않는 길을 걸은 이 영화 <바얌섬>은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한 이후로 개봉은커녕 잘 상영되지도, 주목을 받지도 않고 있다. 따라서, 나는 이번 ‘관객프로그래머 초이스!’를 통해 김유민 감독의 멋진 장편 데뷔작인 <바얌섬>을 소개해 보려 한다. 다 함께 어릴 적 보았던 탈놀이와 전통 마당극, 그리고 고전 문학들을 떠올려보며 김유민 감독이 만든 아름다운 이 꿈의 세계에, 깊이 빠져들어 보자! |

극영화 대한민국 115분
감독
김유민
출연
이청빈 , 김기태 , 이상훈 , 전희연
때는 어느 옛날, 거북배를 타고 왜군과의 전장에 나가던 세 남자가 난파하여 무인도에 표류한다. 나이가 지긋하고 사연이 있어 보이는 이가 몽휘, 좀 더 젊고 힘 있으며 우직해 보이는 이가 창룡, 천방지축 어린 젊은이가 꺽쇠다. 무인도에서 셋의 일과는 매일 똑같다. 숨 쉬고, 앉아 있고, 싸우고, 모닥불 피우고, 무언가 그리워하기. 하지만 철없는 꺽쇠가 버려져 있던 유골 하나를 건드리자 이 섬의 오묘한 정체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