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트맨 DUST-MAN, 2020|드라마|92분|한국|12세관람가
상영일정감독: 김나경 / 출연: 우지현, 김달기, 강길우
04/07(수) 12:35 20:20
04/08(목) 10:45 18:15
04/09(금) 12:55
04/10(토) 11:00
04/11(일) 12:15
04/12(월) 16:25
04/13(화) 12:20
04/14(수) 16:15
04/16(금) 10:30
04/18(일) 18:25
04/19(월) 18:00
04/21(수) 12:35
04/22(목) 10:30
04/26(월) 18:10
04/27(화) 16:35
04/28(수) 11:30
04/29(목) 15:30
05/04(화) 18:20 (종영)
줄거리
스스로 떠도는 삶을 선택한 태산이먼지 위에 그림을 그리며
상처를 치유하고 삶의 희망을 찾아가게 된다 수북이 쌓인 먼지가 아름다운 작품이 되는 마법 같은 순간
그리고 찾아오는 따뜻한 위로 지금껏 본 적 없는 더스트 아트버스터가 온다!
관객프로그래머 프리뷰
작은 것들을 위한, 그림
서울역에서 지내는 한 남성 노숙인이 먼지 쌓인 자동차 창문을 찾아다니며 손으로 그림을 그린다. 나이는 서른 한 살, 아니 이제 서른 두 살이 되었다고 한다. 이럴 때 우리는 보통 두 가지가 궁금하다. 이 (통상적인 기준으로) 젊은 남자는, 왜 노숙을 하고 있는 걸까? 그리고, 왜 먼지 위에다 그림을 그리는 걸까? 이건 딴 이야기지만, 두 가지 중 어느 쪽을 더 궁금히 여기는지에 따라서 우리는 이 남자를 바라보는 우리 자신의 태도를 확인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또는 우리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도. 하지만 그런 건 나중에 천천히 생각하자. 일단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을 테니.
먼지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 즉 결국 지워질 수밖에 없는 그림을 그린다는 건 사실 생각보다 더 슬픈 이야기다. 어쩌면 (영화에선 다행히 그렇지 않았지만) 그 누구에게도 채 보여지지 못한 채, 자기 자신에게만 유효한 작품으로 남고 끝나게 될지도 모른다. 흔히 우리가 어떤 ‘덧없음’ 의 정서를 말하고 싶을 때, 정처 없이 흩날리는 ‘먼지’ 의 이미지를 즐겨 빌려오듯이, <더스트맨>의 그 남자도 가끔 이리저리 떠돌며 흩날리곤 한다. 집안 청소가 있을 때면 분명 환영받지 못하는, 그리고 지금 같은 보통의 사회에선 분명 환영받지 못하는, 먼지는, 노숙인 그 남자는 비슷한 임무를 부여받고 나란히 영화 안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결국, 이 먼지와 이 남자는, 정말 필요 없고 무의미한 존재인 걸까? 영화는 아니라고 말한다. 또는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평소라면 눈에 잘 보이지도 않을, 작고 가벼운 먼지일지라도 햇빛에 비춰 보면 그 존재는 놀랄 만큼 선명히 드러난다. 그리고 그 작은 먼지들도, 많은 개체가 뭉쳐지면 결국 그 위에 그림도 그릴 수 있을 정도의 질량을 가질 수 있다. 우리가 늘 하찮게 여긴, 가장 작게 생각했던 그 존재들은, 어쩌면 가장 큰 힘을 갖고 움직여 늘 나름의 변화를 만들어 왔던 존재들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존재들에겐, 분명 자기 자신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모든 이야기들에 한번 귀를 기울여 보자는 것이, 이 영화의 그리고 어떤 누군가의 의도일 수 있겠다.by 최은규 관객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