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영화제 <十 독립영화>
오오극장의 10년, 그 시점에서 우리의 질문은 시작한다. 함께 흐른 한국독립영화의 10년은 어떠했나?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한국독립영화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변화? 어떤 변화들이 있었지? 이번 관객프로그래머 영화제에서는 지난 10년간 독립영화계에 있었던 변화의 물줄기를 다양한 영화인들과 함께 반추하고 톺아보려한다. 10년동안 목격할 수 있었던 독립영화의 얼굴들, 관점들을 되돌아보며 10(十)년이란 세월이 그 수를 넘어 더하기(+)로 진보될 수 있도록, 그 계기를 이번 영화제를 통해 마련해본다.
일정: 10/25(금) ~ 10/26(일)
주최: 대구경북영화영상사회적협동조합,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주관: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예매: 디트릭스

10월 25일(토) 13:30 <메릴 스트립 프로젝트> GV 참석 : 박효선 감독
최진아 관객프로그래머
“우리 메릴 스트립 만나러 갈까?”
박효선 감독은 2016년, 트위터에서 문화 예술계 내 성폭력 고발 웨이브에 함께한 후 ‘찍는페미’를 창단하고 메릴스트립정보봇을 만든다. 이를 통해 메릴 스트립에 열광하는 한국 페미니스트들의 존재를 확인하고, 몇 년 전 친구들과 장난처럼 말했던 메릴 스트립 프로젝트를 실현하기로 결심한다. 동시대를 사는 페미니스트 영화인으로서 그를 만나겠다는 마음으로 시작된 여정은 그로부터 10년 뒤 영화로 완성된다. 박효선이 걸어온 10년을 100분짜리 필름을 통해 관람할 때, 관객은 100분을 초월하는 역사와 만난다. 효선은 메릴 스트립을 만날 수 있을까?

The Meryl Streep Project, 2025 | 다큐멘터리 | 한국 | 105분
감독 박효선
전에 알던 세상이 무너졌을 때, 효선은 메릴 스트립을 만나기로 결심한다. 친구들과 “메릴 스트립을 만나자!”고 장난처럼 던졌던 한마디.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세상도, 나도 심각해졌다. 여성으로서의 삶, 창작자로서의 미래, 그리고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 폭발하던 순간, 나는 진짜로 길을 나섰다. 장난처럼 시작한 이 소셜 미디어 누아르 에세이는, 장난 같지 않은 상황을 만나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질주한다. 다소 엉뚱하고, 어쩌면 기적 같은 이 기록은, 그리하여 작고도 묵직한 해방의 영화가 된다.
10월 25일(토) 16:30 <윤혜리 배우전> GV 참석 : 윤혜리 배우
류승원 관객프로그래머
배우 윤혜리의 발화에는 기력이 가득하다. 한 문장의 발화만으로 윤혜리는 이미 어떠한 감정의 근사치에 도달한다. 그래서일까. 윤혜리가 연기한 인물들은 한 감정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윤혜리가 연기한 인물에게서 어떠한 감정이 일정 발현되면, 영화는 바로 다른 감정의 결로 그를 이끈다. 마치 한 감정에 계속 머무르면 윤혜리라는 존재가 영화를 초과할 것처럼. 그렇다면 영화를 초과하는 자신이라는 존재를, 윤혜리는 어떻게 영화 속 세계와 맞춰 나갈까. 다시 말해, 어떻게 배우는 인물이 될까. 이번 ‘윤혜리 배우전’은 윤혜리가 겪어온 배우와 인물 간의 합일과 불일치에 관한 논의가 될 것이다.

A Hand-written Poster, 2017 | 드라마 | 극영화 | 24분 50초
감독 곽은미
출연 윤혜리, 이민영, 김지현
대학생 혜리는 대자보를 써서 교수로부터 고소를 당한 날, 함께 쓴 친구 민영을 만나러 동아리로 향한다. 동아리에 들어온 신입생과 고소당한 줄 모르는 민영을 보며 혜리는 갈등에 빠진다.

After the Rains, 2020 | 극영화 | 한국 | 21분 51초
감독 송현주
출연 윤혜리
날씨도 인간사도 예측 불가다. 내 노력과는 무관하게 닥쳐오는 재난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Vanished Season, 2025 | 극영화 | 한국 | 36분
감독 김대한
출연 기도영, 윤혜리
구청 공무원 수연은 동기 혜경의 죽음 이후 죄책감 속에 살아간다. 그러던 중, 혜경의 쌍둥이 언니 자영의 편지를 받고 그녀의 유품을 정리하게 된다. 편지를 보낸 주소가 혜경과 함께 살기 위해 봐둔 집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수연은 자영과 마주하며 서로의 상처를 공유한다. 그렇게 사라진 계절 속에서 멈춰 있던 시간은 다시 흐르고, 남겨진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10월 25일(토) 19:15 <이주영 배우전> GV 참석 : 이주영 배우
박정윤 관객프로그래머
독립영화를 사랑한다면, 이 배우를 어찌 모를 수 있겠는가.
이주영을 거치고 나면 자칫 평면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인물에도 힘이 실린다. 모텔방 안의 여고생도, 외발자전거를 타는 여자도, 잠깐 등장한 짜장면 배달원도. 이주영으로 완성된 캐릭터들은 누구 하나 쉽게 잊히지 않는다. 이주영의 연기에 이것저것 수식어를 붙여보다가 문득 단어를 고르는 일이 무용하게 느껴졌다. 2014년 단편 데뷔작 <별의 죽음에 대한 루머>부터 가장 최근 공개된 <사랑의 탄생>까지 이주영의 10년은 독립영화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스크린 속에서 이주영을 한번이라도 마주친 적 있다면, 내가 구태여 설명하지 않더라도 그의 연기에 이미 놀라워하고 있진 않을까.

Rumour of the death of a star, 2014 | 실험, 극영화 | 한국 | 6분
감독 구혜영
출연 이주영 나동주
별도, 인간도 결국 죽음을 향해 간다

Bargain, 2016 | 극영화 | 한국 | 14분
감독 이충현
출연 이주영 박형수
원조교제를 위해 만난 남자와 여고생. 남자는 계속해서 여고생의 몸값을 흥정한다.

Between Us, 2019 | 극영화 | 한국 | 17분
감독 류연수
출연 김성령 , 이주영 , 강성화
검정고시로 일찌감치 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은서는 아르바이트하는 편의점과 독서실만을 오가며 수능 준비에 전념하고 있다. 그런 그녀 앞에 한때 같은 반이었던 지원이 등장한다. 자신이 쌓아 올린 벽 안으로 스스럼없이 들어서는 지원은 은서의 마음에 작은 동요를 일으키는데..

Rehab, 2021 | 드라마 | 극영화 | 25분
감독 임대웅
출연 이주영 김주령
사고로 병원에 실려온 응급구조사 지연이 깨어난 곳은 정체 모를 방이다. 한 여자가 방으로 들어와서는 살기 위해서는 열심히 재활해야 한다고 지연에게 말하지만 지연의 불안감은 커져만 간다.
10월 26일(일) 13:30 <오성호 감독전> GV
참석 : 오성호 감독
김주리 관객프로그래머
오성호의 세 단편들은 부재와 결핍 속에서 진동하는 인물들을 그린다. 엄마가 없고 애인이 없고 돈이 없어서 곤란한 그들은, ‘평범’해지고 싶어서 분투한다. 이상해 보이고 싶지 않아, 남들과 다르지 않고 싶어, 누군가 필요해… 그런 마음들을 감추지 못하고 어리숙한 표정으로 삶의 한 가운데에 우뚝 서서 그 풍파를 온몸으로 감내하는 인물들을 보면서 생각한다. 왜 화가 나면 울게 될까? 왜 슬픈 사람은 화를 낼까? 지난 십 년간 삶의 형형한 단면들을 정면으로 응시해온 오성호 감독의 세 단편을 차례로 살펴본다.

Summer Shower, 2014 | 극영화 | 한국 | 28분
감독 오성호
엄마 없는 소년이 엄마의 부재를 숨기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그 결핍은 쉽게 채워지지 않는다.

Love Complex , 2016 | 극영화 | 한국 | 37분
감독 오성호
출연 구자은 , 황순미
금속공장 경리인 29세 김미애는 연애가 하고 싶다.

Tears , 2018 | 극영화 | 한국 | 26분
감독 오성호
출연 곽민규, 손예원
가난한 커플이 3주년 기념일을 맞아 그럴듯한 데이트를 하려고 한다. 하지만 쇼핑도 하고 놀이공원에도 가려는 그들의 계획은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한다.
10월 26일(일) 16:15 <무색무취> GV
참석 : 이은희 감독, 김신재 PD
이라진 관객프로그래머
매끈한 표면의 숨겨진 흉터는 외관상 아무 흔적 없이 산업 노동자에게 전이된다. 노동의 장소는 생산의 현장이자 무균의 증명이며 화학 용액의 범람이다. (그렇게 되기를 욕망한다) 수없는 부정 물질이 클린룸을 타고 흐르지만, 우리는 퇴적 작용 따위의 현상을 포착할 수 없다. 그럼, 탐정이 되어야 하는 것인가? 아니. 무얼 더하고 부르며 엉뚱한 침전물을 기다리지 말고, 이 물질과 퇴적에 내맡겨진 무색무취의 신체들. 그 사람들의 말과 기억을 반복적 움직임을 보는 것. 카메라와 이미지, 몸과 말의 교차로(十)에 서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필이면, 이때…?

Colorless Odorless, 2025 | 다큐멘터리 | 한국 | 55분
감독 이은희
<무색무취>는 반도체 산업 재해 피해자들의 업무 기록과 아카이브 자료를 따라 카메라가 포착할 수 없는 냄새와 물질의 작용을 추적한다. 과거에 대한 증언은 현재의 증상에 포개지고 재해는 다른 몸과 장소에서 반복된다.
10월 26일(일) 18:30 <도라지 불고기> GV
참석 : 양지훈 감독
김건우 관객프로그래머
이미지는 끊임없이 소비된다. 오늘날 같이 관심경제의 장이 심화된 자본주의 사회에선 더욱 그렇다. 이런 사회에서 예술은 소비되어야만 가치가 있는 것으로 오도 된다. 따라서, 어떤 예술가들은 다수의 소비를 위해 소수자 사회를 다루면서도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거세하고 창작자와 수용자의 시선에 맞는 증언과 이미지만 영화에 반영시킨다. 예술의 전락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어딘가에서 예술의 진보를 끊임없이 이룩시키는 예술가가 있다고 믿는다. 나는 소재에 대한 지난 날들의 관성을 깨는 한 창작자의 영화를 소개하려 한다. 양지훈 감독의 신작 <도라지 불고기>를 보고 그의 다큐멘터리에 들어있는 시선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자.

Yakiniku ToRaJi, 2025 | 다큐멘터리 | 한국 | 86분
감독 양지훈
✕✕는 조선학교를 졸업한 뒤 남한의 대학에 진학했다. 지훈은 대학 동기인 ✕✕의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 함께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른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가까워진 ●●, ▲▲, ◆◆에게 조선학교에서의 기억과 일본에서의 삶에 대해 듣는다. 이들과의 교류는 일상의 자리를 지우고, 그 자리 위에 쥐어진 사명감에 관해 묻는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정체성’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일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