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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관객프로그래머 초이스! <보라보라>
10월 31일(토) 오후 3시 GV: 김도준 감독,도명화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지부장 모더레이터: 조은별 관객프로그래머
관객프로그래머 추천사
by 조은별 관객프로그래머
톨게이트 노동자와 함께하는 ‘뜨거웠던 217일’
고속도로를 달리다 서울에 진입했을 때 가장 먼저 ‘서울’이라는 글자로 반겨주는 그곳. 그곳에 천막을 치기 위해 아찔한 높이의 간판 위로 오르는, 묵묵히 얇은 판 위에 올라 앉아 햇빛과 비바람을 막아줄 비닐을 내리는 한 여성 노동자의 모습이 아슬아슬하다. 그러자 카메라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다 다치면 어쩌려고 그래”. 다른 이에게 카메라를 맡긴 뒤 그에게 다가가 돕는 또 다른 여성 노동자, 톨게이트 직접고용 투쟁의 당사자이자 이 영화의 공동 감독이다.
<보라 보라>는 방송영상을 전공한 김도준 감독과 김승화·김미영 조합원이 공동 연출·촬영한, 흔하지 않은 방식의 투쟁 다큐멘터리다. 처음 이 영화를 기획한 김도준 감독이 외부인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농성장 내부와 조합원들의 일상을 촬영하기 위해 조합원이었던 김승화·김미영 감독에게 촬영을 부탁하게 되었는데 농성장 곳곳을 누비며 조합원들의 투쟁하는 모습과 속내를 긴밀하게 담아 영화를 끌어가는 단단한 힘이 되었다.
투쟁하는 노동자가 직접 카메라를 든다는 것. 자신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시선이 보는 이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우리는 ‘대상화’와 ‘타자화’라는 시선이 우리를 얼마나 나약하게 만드는지 알고 있다. 그것이 당장에 값싼 시혜를 만들어낼 순 있으나 값진 승리의 기쁨, 우리가 옳다는 당당함을 주긴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보라 보라>는 ‘불쌍한’, ‘힘없는’, ‘떼쓰는’ 중년 여성들로 그려진 톨게이트 투쟁을 당사자의 시선으로 다시 재조명하는 의미 깊은 영화다.
기존에 노동자 투쟁을 다룬 영화들이 투쟁을 알리거나 그 정당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보라 보라>는 ‘우리’가 ‘어떤 마음’과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투쟁하고 있는지에 무게를 둔다. 투쟁과 토론이 일상인 조합원들, 이제는 하나의 마을이 된 농성장, 서로를 향한 애정까지. 그래서일까. 영화를 보고 나니 7개월간의 투쟁에 함께 웃고 운 기분이 든다. 상영시간이 긴 이유가 있었다. 영화를 보기 전엔 3시간이라는 긴 상영시간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겠지만, 뜨거웠던 217일 동안 함께 웃고 울고 화내고 나면 영화가 끝날 때쯤 조합원들과 헤어지기 아쉬운 기분이 들 것이다. 온 마음으로 만날 수 있는 <보라 보라>다.
<작품정보>
보라보라
다큐멘터리|180분 |전체관람가|한국
자회사 전환을 반대해 1500명이 집단 해고된 이후, 톨게이트 요금 수납 노동자들은 캐노피 고공농성, 고속도로 점거, 한국도로공사 본사 점거, 청와대 앞 면담투쟁, 국회의원 사무실 점거, 오체투지와 단식까지 끈질기게 투쟁을 이어왔다. 이들 대부분은 여성, 장애인, 탈북민들로 이중의 억압에 맞서 싸우면서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희망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