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영화제 <퍼스널 스페이스>
삶과 영화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일까요? 오오극장의 관객프로그래머들은 각자의 일상 속에서 자주 영화를 생각하곤 합니다. 영화를 보고, 영화에 대한 글을 쓰고, 각종 상영 행사로 많은 사람들을 마주할 때, 우리들은 영화 속에서 삶을 발견하고, 삶 안에서 영화를 떠올립니다. 이번 관객프로그래머 영화제에서는 우리들의 크고 작은 삶의 파편들을 드러내는 작품들을 선정해 이야기를 나누어보려 합니다. 여기 이 여섯 편의 영화들을 통해 우리의 삶 속에 영화가, 영화 안에 우리의 삶이 함께한다는 기쁜 진실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일정: 11/15(금) ~ 11/17(일)
주최: 대구경북영화영상사회적협동조합,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주관: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예매: 디트릭스
11월 15일(금) 19:20 <청년정치백서-쇼미더저스티스> 씨네토크 최하예 정치공동체 스타트업 폴티 대표
임아현 관객프로그래머
지역 사회에서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만큼 오래 활동했던 나의 공간은 정당이다. 어디서든 정치에 관한 일이라면 부적절한 일처럼 취급받지만,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일은 늘 정치와 무관하지 않다. 다양성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대구라는 도시 속에서는 더 그렇다. 극단적인 정치 상황과 정치에 무관심해지는 사회의 변동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정치의 힘을 믿는다. 더 나아가서는 민주주의와 시민에게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작은 희망을 만나고 싶은 바람으로 이 시간을 만들고자 한다.
11월 16일(토) 14:00 <조발기> 씨네토크 참석 : 배은열 대전영상커뮤니티 INK 대표
금동현 관객프로그래머
영화와 삶이 아니라 영화의 삶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삶과 영화 사이의 거리를 조정하지 않거나 실패한 사람들. 이를 두고 우리는 흔히 ‘시네필’이라 한다. 그런데 소위, ‘시네필’이란 이름으로 소환되는 사람들의 절대다수는 영화를 많이 본 경험을 사회가 인준하는 특정한 방식으로 처리하여 가시적인 결과물로 만들어낸 사람들이 아닌가. 그들은 이미 영화의 삶이라기보다 영화를 삶 안에서 관리하는 데 성공한 사람들이다. 이미 품계를 획득한 사람들을 우리가 굳이 추서까지 할 필요가 있는가? 다큐멘터리 <조발기(調髮機)>를 보고 이 이야기를 함께 나눠보고 싶다.
11월 16일(토) 16:00 <거기 날씨는 어때?> GV 참석 : 채형식 감독
김주리 관객프로그래머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어서 나는 생각한다. 영화가 닿고 있는 공간들을. 혹은 영화가 미처 고려하지 못한 순간들을. <거기 날씨는 어때?>는 발 딛고 있는 ‘여기’ 뿐만 아니라 그로부터 얼마간의 거리를 둔 ‘거기’ 또한 두루 호명하고자 부단히 애를 쓴다. 이 영화는 ‘거기’를 상상하고 탐험하고 조사할 줄 아는 용감함을 가지고 있고, ‘여기’와 ’거기‘에 동시에 스며든 이 세상의 고통을 함부로 외면하지 않으려는 섬세함을 가지고 있다. 표현하는 일을 꿈꾸는 이들의 사명을 겸허하게 담아내고자 거듭 고민을 거치는 이 영화의 고운 마음씨를 마주하며, 나는 무척이나 반가운 영화를 만났다고 느꼈다.
11월 16일(토) 19:00 <자살시도 두 시간 전 담배 피는 영상> GV 참석 : 권지윤 감독
류승원 관객프로그래머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상태는 무엇인가. 창작자에게 찍고 싶은 것이 생긴다면 그것을 바로 찍는다는 선택은 현명할 것일까. <자살시도 두 시간 전 담배 피는 영상>은 아직 자신의 영화적 욕망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찍은 권지윤 감독의 첫 번째 작품이다. 영화 속에 포착된 수많은 죽음은 사유로서는 하나의 결로 응집이 되지 못한다. 하나의 영화 속 죽음은 (사유로서는) 각기 다른 형태로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권지윤 감독은 자살에 관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타자의 죽음에 접근하며 공감대를 찾는다. 그러자 (사유가 아닌) 생경한 감각으로서 우리는 죽음을 마주하게 된다. 기이한 힘을 가진 순간들이 <자살시도 두 시간 전 담배 피는 영상>에 존재한다. 이 순간들은 권지윤 감독이 조금만 늦게 찍었더라도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11월 17일(일) 12:30 <목소리들> GV 참석 : 기진우 배우
김건우 관객프로그래머
‘어떤 영화인이 되어야 할까?’라는 고민에 빠져 전전하던 찰나, <목소리들>과 기진우 배우를 만났다. 마치 우리네 청춘의 모습을 대변하는 듯한 기진우 배우의 얼굴, 또한 소외된 소규모 독립영화의 배우로 참여하고 제작에까지 힘을 보태주는 그의 행보는 나로 하여금 “열심히 살아야겠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했다. 최근 그의 차기작 <뭐 그런 거지>의 첫 상영 GV때 기진우 배우는 이런 말을 했다. “저는 돈만 있으면 독립영화만 찍으면서 살고 싶어요.” 스크린에서 청춘의 초상을 그리는 젊은 예술가이자 한국독립영화를 진실로 사랑하는 순수한 “Filmlover”, 기진우 배우를 <목소리들>을 통해 소개해본다.
11월 17일(일) 16:20 <은빛살구> GV 참석 : 나애진 배우
박정윤 관객프로그래머
가족이란 무엇일까. 따듯한 존재, 계산이 필요 없는 관계, 무조건 내 편인 사람들. 내 생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가족이 어디 따듯하기만 한 적 있었나. 정말 가족에게 한 번도 계산적이던 적 없던가. 완전히 내 편이지 않을 때도 많았는데. 생각하게 된다. <은빛살구> 속 가족의 모습이 이렇다. 잔잔한 사랑과 격렬한 미움이 공존한다. 주인공 정서의 가족은 꼭 정서가 그리는 웹툰 속 뱀파이어와 같다. 목덜미나 팔뚝에 이를 박아넣고 상처를 내야지만 같은 종족이 되는 뱀파이어처럼,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또 받은 채로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하는 이들. 이게 어디, 정서만의 이야기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