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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관객프로그래머 초이스! <재춘언니>
07월 04일(일) 14:00 GV: 이수정 감독 참석
무료상영 -> 참여링크
관객프로그래머 추천사 by 조은별 관객프로그래머
친밀하게 들여다보는 당신의 삶 <재춘 언니>
<재춘 언니>는 임재춘이라는 사람의 8년을 담은 영화다. 느릿한 충청도 말씨를 가진 이 사람은 지난 30년간 기타를 만드는 공장에서 일했고 줄곧 흑자를 기록하던 회사가 갑자기 경영상의 이유로 정리해고하자 13년간 복직 투쟁을 한 해고 노동자이다. 긴 시간만큼 천막 농성, 노숙 농성, 공장 점거, 삼보일배, 단식 등 안 해본 투쟁이 없다. 낯을 가리고 소심한 사람이었던 그는 자신의 투쟁을 알리기 위해 사람들 앞에서 직접 지은 글을 낭독하고, 연극무대에 오르고, 밴드를 결성해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이 되었다. 연대자들을 살뜰히 챙겨 재춘 언니라고도 불린다.
<재춘 언니>는 지난 13년간 투쟁해온, 한국 최장기 투쟁 사업장이었던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복직 투쟁을 다룬 영화지만 관객에게 투쟁을 시작하게 된 이유나 목적을 설명하기보단 제목처럼 인간 임재춘을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영화 속 장면들은 하나의 줄거리를 따라 배치되기보단 콜라주가 되어 재춘 언니의 삶을 들여다보게 하는데, 쏟아지는 정보들 사이에서 그저 건조한 문장으로만 남았던 한 사람의 삶, 그 삶이 좀 더 입체적이고 친밀하게 다가온다. 그렇게 형성된 친밀감은 더 이상 투쟁하는 노동자는 다른 세상의 사람이 아님을 증명해 보인다. 그는 해고 노동자이면서도 투쟁을 통해 연극 무대에 오르는 배우가 되기도, 악기를 연주하는 연주자가 되기도 한다. 농성장에서 식사를 담당하는 요리사지만 오랜 농성 투쟁으로 인해 두 딸에게 밥 한 끼 차려주기 쉽지 않은 아버지이기도 하며, 법원 앞 노숙 농성도 불사한 그였지만 때로는 도망가고 싶다는 마음을 고백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영화는 현재 시점으로 돌아온 장면을 제외하고 내내 흑백화면으로 흘러간다. 감독은 “투쟁 13년간은 아무리 즐거워도 세상이 흑백으로 보일 것 같기도 했고, 영화 전체의 톤을 채플린 무성영화처럼 가져가고 싶었다”고 설명하는데, 장면을 극적이게 만드는 강렬한 음악까지 더해져 극영화 같은 독특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내가 알고 있는 실재의 인물이 맞는지 낯설게 느껴질 때도 있다. 대신 그 낯섦이 재춘 언니라는 인물에 더 집중하게 하는 힘을 만들어낸다. 내용뿐만 아니라 영화적으로도 독특한 인상을 남긴다. 관객으로 하여금 다양한 감상을 이끌어내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