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 (Tropical Night, 2017, 한국)|드라마, 멜로| 2018.05.31 개봉|94분|15세관람가
상영일정 05/31(목) 14:55 18:35 06/01(금) 12:25 06/02(토) 20:30 06/03(일) 18:45 06/04(월) 20:30 06/05(화) 17:25 06/09(토) 18:40 06/10(일) 10:30 06/11(월) 16:30 06/12(화) 18:35 06/14(목) 16:55 06/15(금) 17:20 06/16(토) 15:20 06/18(월) 11:30 06/19(화) 13:30 06/22(금) 16:45 06/26(화) 16:40 06/27(수) 20:30 (종영)
감독 김헌
민기의 형인 민훈이가 휴가를 나온 후 자살을 한다. 민기는 형을 대신해 연인 관계인 재희를 찾아 태국으로 향한다. 한편 재희는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형제인 태경과 태국 파타야에서 지낸다. 민훈의 죽음이 재희 때문이라 여기는 민기는 서서히 오해를 풀어간다. 두 사람 사이가 가까워질 때마다 태경은 고통스러워한다.
관객프로그래머 프리뷰
사랑도 죽음도 내 것이 아닌 시간
열대야는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형제인 태경과 재희, 자살한 형과 그 이유를 찾는 동생인 민훈과 민기, 두 형제의 사랑과 죽음을 다룬 영화다. 태국 방콕과 파타야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했고, 덕분에 인상 깊은 영화의 색감을 만들었고, 도시와 자연의 풍경도 풍부하게 담아낼 수 있었다.
낯선 풍경 속에 담긴 서로가 낯선 이들의 이야기들은 민기가 파타야에 있는 민훈의 전 애인인 재희를 찾아오며 시작된다. 파타야에서 삶의 마지막을 맞고 싶어하는 태경, 그 곁을 지키는 재희는 의연하게 태경을 다독이지만 사실은 누구보다도 죽음이 무섭고 두려운 사람이었다. 사랑했던 연인이 자신 때문에 죽었다는 자책감을 마음 한 켠에 가지고 살면서도, 본인을 떠나간 민훈을 원망하고 있기에 동생인 민기를 반길 수가 없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면서도 서로의 슬픔을 나누고 다독일 수 없는 상황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억압받고 표현할 수 없는 것으로 만들어온 한국 사회의 축소판인, 군대라는 공간으로 이어진다.
김헌 감독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낼 수 없었던 세 주인공을 모두 동성애자로 설정해서, 드러낼 수 없는 감정은 개인에게 큰 고통을 안겨준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나는 극 중 캐릭터들이 왜 그렇게 감정에 서툰지,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서로에게 화살표를 돌리게 하는지 쉽게 공감하기는 힘들었다. 대신 이 영화에서 군대라는 이미지로 표현되는 한국사회가 가진 폐쇄적이고 잔혹한 공간을 벗어나 파타야에서 죽음을 맞고 싶다는 재희의 상황과 감정은 꽤 설득력이 있었다. 열대야, 이 곳은 퀴어들에게 사랑도 죽음도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지금 우리 사회와 비견되는 퀴어들에게 낯설지 않은 도시인 것이다.
김헌 감독은 ‘엄마는 창녀다’, ‘아버지는 개다’ 등 개성이 뚜렷한 영화들을 제작한 이상우 필름의 각종 영화들에서 연출, 조감독, 편집, 배급 및 마케팅 진행 등 탄탄한 내공을 쌓았다. 제 6회 서울 프라이드 영화제에서 ‘스페셜 프라이드 상’ 을 수상했고, 제 7회 서울 프라이드 영화제에서는 열대야로 ‘핑크머니상’을 수상했다. 앞으로도 다양하고 의미있는 퀴어 영화가 나오길 기대하며 프리뷰를 마친다.
✍ by 임아현 관객프로그래머
태국의 뜨거운 밤공기, 그들의 숨을 트이게 하다
[열대야]는 [어느 여름날 밤에]에 이은 김헌 감독의 두 번째 퀴어영화이다. 시한부 인생으로 살 날이 두세달 남은 형 태경을 돌보기 위해 태국 파파야까지 따라오게 된 주인공 재희의 숙소에 어느 날 민기라고 하는 남자가 불쑥 찾아와 사과를 요구하기 시작한다. 알고보니 민기는 예전에 재희의 이전 연인이었던 민훈의 친동생. 민훈은 재희와 다툰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리고 이 죽음의 원인에 민훈이 있다고 생각하여 사과를 얻어내기 위해 온 것이었다. 사랑하던 이를 다시 복기하는 시간은 재희와 민기에게 그리움과 죄책감, 분노로 가득찬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이 과정에서 제3자인 시한부 태경은 중재하기에 바쁘다. 그러나 증오로 가득찼던 갈등 관계는 곧 미묘하고 알 수 없는 애증의 관계로 뒤범벅이 되어가며 이야기는 그리움의 서사에서 멜로의 서사로 탈바꿈한다. 증오관계였던 재희와 민기의 관계는 곧 서로에 대한 애정관계로 바뀌어 가고, 이런 둘을 지켜보던 태경은 사실은 이복동생인 재희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주게 된다. 태국 파파야의 더운 밤공기는 그들의 감정을 미묘하게 바꿔놓아 갔던 것일까?
자칫하면 ‘죽음’으로 일관될 수 있는 이야기를 김헌 감독은 세 등장인물을 한국이라는 공간이 아닌 태국 파파야로 보낸다는 점이 흥미롭다. 영화 속에서 그들이 묶는 숙소는 수영장도 있는 넓은 공간이다. 재희, 태경, 민기가 처음에는 격한 대립을 보이다 점점 낙관적인 관계로 옮겨 갈 수 있었던 것에는 태국이라는 타국의 공간 자체가 판타지로서의 공간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는 한국이라는 가부장적 국가가 퀴어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에게 입힐 수 있는 가해적 속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곳에서 그들은 갈등을 해소하고 조금이나마 관계를 명확하게 확인시켜나간다. 태국 파파야의 뜨거운 밤공기가 그들의 숨을 트이게 한 것일지 모르겠다.
여기서 궁금증. 이러한 판타지 공간이 등장하는 영화가 나온 것에는 아무래도 한국의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만연한 상태에서 숨통을 트일 공간이 필요해서 였던 것일까? 스포일러라서 밝힐 수 없겠지만 한국 사회에 만연하는 폭력은 아직도 소수자들이 자유로울 수 있는 공간을 억압하기에 좀 더 자연스럽고 다양한 성소수자들의 일상을 한국에서 볼 수 없는 것일까? 좋든 싫든 [열대야]는 관객들이 극장을 박차고 나온 뒤 한국 사회 안에서 성소수자들의 권리가 어디까지 확보되었는지 생각하게 만들 영화임은 자명하다.
✍ by 이석범 관객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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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중간쯤에 한 5초정도 화면이 멈췄어요 검정화면에 no showing이었나 이런 글씨 뜨면서요. 제가 본 날만 그럴수도 있지만 생각나서 댓글 남겨요
영사사고가 있었다니 정말 죄송합니다. 열대야 상영 할 때 그랬다는 말씀이시죠? 확인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