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13 우리영화베스트 <박선주 감독전> 관객과의 대화 진행: 주진하 관객프로그래머 참석: 박선주 감독 정리: 이석범 관객프로그래머
주(이하 “주”): 오늘 [우리영화베스트- 박선주 감독전]에서 기획을 맡은 주진하 관객프로그래머이다. 기획과 더불어 진행까지 맡게 되었다
박(이하 “박”): 오늘 본 세 편의 단편을 연출한 박선주라고 한다. 감독전은 처음해보는 것이라 의미가 있다. 와주셔서 감사하다.
주: 일단 첫 작품이었던 [너와 나의 거리 1미터]와 [졸업여행]의 경우 같은 배우들이 출연을 한다. 이어지는 영화는 아니지만 같은 배우들을 출연시킨 다른 이야기라고 들었다. 두 영화가 가지는 색깔이 비슷하다고 생각하며 보았다. 영화들의 모티브가 된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었는가?
박: [너와 나의 거리 1미터]에서 중창단 장면과 학교 장면 일부분은 사실 [졸업여행] 중간에 삽입하려고 처음 계획을 하고 시나리오를 쓰다가, 결말 부분에서 고백을 해버리는 장면으로 끝나버리면서 별개의 영화가 되어버렸다. [졸업여행]에서는 고백했다고 보기 힘든 두 사람과의 관계가 나오기 때문에 처음엔 [졸업여행]의 프리퀄처럼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다른 영화로 완성이 되었다. 영화를 만들 때 처음 모티브가 된 것은 고등학교 당시를 회상을 한 적이 있었다. 실제 중창단이었는데 굉장히 친한 친구가 있었다. 근데 그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동성연애를 하게 된 것을 알게 되면서 충격을 받았었다. 그걸 보면서 당시의 그 친구한테 화도 많이 내고 너 왜 이러냐 다시 생각해보라 했었다. 근데 시간이 지나고 성인이 되고, 고등학교 시절을 생각을 해보니 사실 내가 그 친구를 좋아했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 감정이 무엇일까, 단순히 친구로서가 아니라 그 이상 얘를 좋아했을 수 있겠구나는 감정에서 영화를 시작하게 됐다. 고등학교 시절을 보낼 때 느꼈던 여고생들이 느낄 수 있는 동성애적 감정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며 [졸업여행]을 기획하게 됐고 이 외 나머지는 지어냈다.
주: 시나리오를 쓰실 때 경험에 기반해서 쓰는가?
박: 이야기 내에서 나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들은 사실 없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나오는 감정들은 내가 느껴봤던 감정들에서 많이 출발했다. 세 편의 영화속 감정들이 모두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살면서 느낀 감정들이 들어가 있고, 실제 그걸 경험하지 않더라도 비슷한 상황들에 놓여져 있을 때 느꼈던 감정들을 반영하려 노력했다.
질문1: 주진하 관객프로그래머에게 묻겠다. 감독의 작품을 상영하기로 한 이유는 무엇인가?
주: [미열]이란 작품을 작년 대구단편영화제에서 좋게 봤었다. 그래서 이번에 관객프로그래머들이 선정한 영화들로 기획전을 꾸민다고 할 때 박선주 감독의 영화를 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일단 박선주 감독의 영화들이 감정선이 잘 드러나는 연출을 잘하신다고 생각을 한다. 그래서 그런 영화를 많은 분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어서 고르게 되었다.
질문2: 보면서 주인공에 이입해서 가슴이 떨렸다. [졸업여행]의 경우 제목의 의미를 알 수 있지만 나머지 영화들의 제목은 어떤 의미로 지은건지 궁금하다.
박: [너와 나의 거리 일미터]는 처음에는 제목을 정하고 시작하지 않았다.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찍기 전에 제목을 결정했다. 이유는 연출방향을 결정할 때 [졸업여행]도 그랬지만 두 사람간의 거리감이 점점 멀어지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실제 [졸업여행]을 보면 두 사람의 거리가 물리적으로도 멀어진다. [너와 나의 거리 일미터]의 제목을 정했을 때는 두 사람간의 거리감이 애매한 거리감을 유지한다.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도 다가갈 수 없는 주인공 윤하의 마음이라 생각했다. [미열]의 경우에도 세 편의 영화중에서 제목을 정하기 가장 어려웠다. 어떤 제목으로 할까, 뻔한 제목은 피하고 싶고, 의미있는 제목을 정할까 고민하던 중에 촬영감독님께서 처음 의견을 주셨다. 어떻게 ‘미열’이란 단어가 나왔냐면 아이가 아프고 나중에 병원에 가고 열이 나았다 떨어지고 회복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미열이라는 제목과 관통하는 부분이 같다고 생각이 들어 그렇게 정했고,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주제적 측면이 맞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주: [졸업여행]에서 두 주인공이 락 페스티벌에 간다. 사실 졸업여행을 간다고 하면 물론 두 사람이 결정할 일이겠지만, 여러 장소를 고려했을듯하다. 락 페스티벌로 정한 이유는?
박: 시나리오를 처음 쓸 때 엄청 계산적이진 않았다. 막 던지는 스타일로 처음 기획하였는데 그러다 내가 안 해 본 것들, 좀 더 자유롭고 싶은 것들 위주로 정하게 됐다. 그러다보니 외국인과 만나게 되는 판타지스러운 요소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남자애들과 엮이기도 하고, 외국인과 술을 마시고 페스티벌이라는 공간 자체가 고등학생 때는 굉장히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들어서 페스티벌로 정했고, 자전적인 사건이 있었다면 고등학생때 방학 프로그램으로 학교에서 불려나가 공부시키는 곳에 가기 싫었다. 지오디를 좋아했었는데 엄마한테 지오디 콘서트 간다고 뻥치고 안 간적이 있었고 걸려서 혼난 적이 있었다. 시나리오를 쓸 때 그 기억이 났다. 엄마한테 거짓말을 치고 어디를 간다, 그게 콘서트였고 거기서 페스티벌로 연결되는 부분이 있었다.
질문3: 대구단편영화제때 [미열]을 처음 봤었다. 그 때 ‘미열’이라는 제목의 작명 센스에 너무 감성적이면서 고열도 아니면서 아프지도 않으면서 적당히 아프면서 그게 이 영화의 온도나 감정을 표현하는 범위의 수준이나 ‘미열’이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보고 나서 ‘정말 미열같은 영화이다’라고 생각했었다. [미열]을 보고 나서 [졸업여행]이랑 [너와 나의 거리 일미터]는 처음 봤는데 묘한 거리감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적절한 선들이 감명깊었다. 어떻게 이렇게 절묘하게 조절을 딱 하시지? 진짜 영화적으로 보면 감정을 표현하고 드러나고 ‘너 왜 그렇게, 너 나에게 왜 숨겼어? 너 왜 나한테 이렇게 해?’ 이렇게 탁 부딪힐만한 지점들을 되게 현실에서는 이걸 말하지 않고 서로 배려하면서 내가 왜 이 사람만의 혼자만의 시간을 주는 게 좋을거 같다며 부풀려지는 순간들이 떠올라 좋았다. [졸업여행]도 그렇고, [너와 나의 거리 일미터]에서도 내 경험들을 생각하게 되더라. 그런 감독님만의 거리를 조절하는 스킬도 궁금하면서 어떻게 이런 거리감을 유지하려는 발상 혹은 이러한 경험들, 내가 거리감을 유지하려면 누군가를 배려하거나 여기까진 더 말하면 안되겠지라는 그런 것들을 유지하신 경험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박: 어떻게 보면 세 영화를 묶어놓고 보니 부각되는거 같다. 스스로가 영화를 연출할 때 뭔가를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싫어하다보니 [졸업여행]때는 절제를 계속했던 편이다. 돌아보고나니 조금 보여주면 좋겠다는 장면이 생각이 드는 장면이 있을 정도로 절제했었고, [미열]의 경우 사실 소재 자체가 민감한 소재이기에 영화 시나리오 작업부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내가 이걸 성급하게 결론을 내서, 감정에 대해 뭘 안다고 실제 당사자가 아니기에 쉽게 결론을 내리지 않고 끊임없이 고민을 하고 대화를 배우들과 나누며 트라우마에 관련된 책이나 실제 사례들을 많이 찾아보면서 실제 그 분들이 느낀 감정들에 대해 많이 다가가려 노력했다. 그러다보니 이걸 표현을 할 때에도 일반적인 성폭행을 소재로 한 영화들에는 굉장히 자극적으로 많이 표현되는데 사실 그렇지 않은 분들이 굉장히 많다. 그 부분에 다가가려 노력을 했다. 제 성격 자체가 좀 조심스러운 성격인 거 같다. 영화를 연출 할 때도 그런 것이 녹아드는거 같다. 아까 스킬에 대해 물어보셨는데, 스킬까지는 아니고 장면 연출시 거리감을 조절하기위해 앵글이나 배우들의 포지션, 배우들이 감정을 어디까지 보여줄지 매 신/매 장면마다 고민해서 얘길 나누고 촬영감독과 얘기를 나누고 해서 전체적으로 그 감정라인을 제가 잡는 작업시간들을 갖게 되는 거 같다.
질문4: 굳이 꼽자면… 감독님은 유나와 혜윤중에 누굴 닮았는가?
박: (고민을 한참 하시다) 예전에 생각을 했는데 기억이 잘 안난다. 7년전에 찍은 영화라서. 음..닮은 케릭터.. 결론적으로는 유나쪽인 거 같다. 그러니까 사실 시나리오를 쓸 때 혜윤이의 입장에서 썼는데 여자를 좋아했던 건 아니지만 누군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누군가를 보며 애틋하게 생각한 그런 감정들이 유나의 케릭터를 만들 때 제가 가진 감정을 많이 이입을 시킨거 같다. 그래서 굳이 꼽자면 유나쪽인거 같다.
질문5: [졸업여행]끝에 혜윤과 유나가 공연을 보는듯한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이 실재인가 아니면 허구의 장면인가?
박: 마지막 장면전에 유나가 지하철 안에서 창 밖을 바라본다. 저는 유나의 상상이라 생각했다. 혜윤과 끝난 거 같은 감정적 끝을 봤다고 유나 입장에서는 생각을 했기에 차라리 페스티벌을 갔다면 친구 관계라도 유지했을텐데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페스티벌 장면을 환상으로 넣었다.
주: 감독님의 영화에서 인물들간의 거리감, 혼란스러움이 드러난다. 그래서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인다. 사실 [미열]을 볼 때 인상적이었던 점이 마지막 은주가 걸어가고 남편이 따라가면서 가까워지는 장면이 굉장히 인상깊었다. 거리감이나 혼란스러움을 표현하는데 있어 배우들이 감정을 보여줘야 하는 장면이 많잖은가? 그런 감정선이 드러나는 장면을 찍을 때 고려하는 점이 있는가?
박: 제가 찍는 영화들이 대부분 감정을 위주로 다루고, 그렇기에 배우들의 연기가 중요하게 보이고, 그래서 그걸 잘 해내면 배우들이 좀 더 돋보이는 영화가 되는거 같다. 그런 장면들을 연출할 때.. 사실 오늘 영화를 보셨으면 잘 아시겠지만 클로즈업 사용을 거의 하지 않는다. 일단 이 인물이 슬프면 ‘슬프다’ ‘눈물을 흘린다’ 이런 것들을 굳이 클로즈업으로 보여주면 확실하게 이 인물들의 감정을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근데 저는 뒷모습이나 아니면 빠져있는 샷에서 관객들이 좀 더 생각할 수 있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럼 보는 관객들도 사유할 수 있는 시간들을 갖게 되고, 이 인물들이 어떤 감정일지에 대해 이입할 수 있을거라 본다. 감정적 장면들을 연출할 때 그 배우가 연기 할 때 편안하게 막 하려고 노력을 하고, 앵글의 경우 좀 빠져있다던지 정적으로 다가가려 했다. [졸업여행]에 클로즈업이 많이 안 나오는데, 처음 잠에서 깨고 난 후 잠자고 있는 혜윤이의 뒷모습을 쳐다보는 유나의 얼굴이 첫 클로즈업이다. 그 때 ‘어, 뭐지?’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얘가 왜 갑자기 쳐다볼까?’하는 장면을 클로즈업으로 보여줬기 때문에 상대방 여자 배우를 좋아할까 의문을 갖고 시작하다 조금씩 클로즈업을 한 번씩 보여주는데 그 표정에서 저는 더 미묘하게 그 감정들을 더 미묘하게 보여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미열]의 경우에는 의자에 앉아서 애기랑 같이 앉아있는 장면에서 클로즈업 얼굴이 나오는데 어떤 큰 표정은 짓지 않아도 앞에 일련의 사건들이 있고, 그 얼굴이 한 번 나올 때 뭔가 슬프구나하는 감정들이 좀 더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질문6: [미열]을 보면서 위로를 많이 받았다. 실제 누구의 집인지 궁금한데 이유가 영화에서 장마가 등장하는데 근데 중국 여자 스탭이 ‘우울한 비’라고는 했지만 그 장면 바깥에는 비가 너무 시원하게 내리고 있었고, 안에서는 따뜻한 비가 내리는거 같아서 위로가 되었다. 그래서 [미열]에서 비가 살짝 내리는 장면들 중에 기저귀가 젖는 장면이 있는데 [미열]과 ‘비’는 어떤 관련성을 지니고 있는지 궁금하다.
박: 처음 장면에서 은주가 비를 맞고 다음 엔딩부분에서 똑같은 샷으로 남편도 비를 맞는다. 그 장면을 두 번 삽입한 이유는 이 비가‘ 예고된 비’가 아닌 ‘갑자기 내린 비’이기 때문이다. 은주가 요리를 하다 뛰어나가 기저귀를 걷으면서 비에 흠뻑 젖게 되는데 저는 이것을 과거의 자기가 잊고 싶었던 기억이 예기치 못한 순간에 다시 되살아난다는 어떤 의미로 짚고 싶어서 비를 맞는 장면을 쓰게 됐다. 후반부에 남편이 비를 맞는 이유는 사실 남편은 간접적인 2차 피해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피해 당사자 본인뿐 아니라 그 가족들도 그 사건 때문에 상처를 받고 어떤 고통스런 경험이 많기 때문에 남편이 맞는 비는 남편도 이 사건으로 인해 어쩌면 은주보다 못하지만 트라우마/상처를 입게 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에서 ‘비’라는 모티브를 갖게 되었다. 석호가 중간에 장마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얘기 하듯이 끝나고 제자리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미로 만들었다.
주: 영화를 보면서 말씀하셨지만 직접 쓰신 작품이다. 찍다보니 애착이 가는 장면들이 있을거 같다. 혹시 각 작품마다 애착이 가는 장면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박: [너와 나의 거리 일미터]의 경우 왠지 모르게 중간에 류혜영 배우가 기분 나쁜 표정을 짓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이 너무 귀여웠다. 그래서 그 장면을 볼 때마다 귀엽단 생각이 드는 데 그 이유가 찍을 때 너무 시간이 촉박해서 못 찍을 뻔 했다. 그러다 ‘어떡하지?’하다 넘어가야 되나하다 스탭들이 ‘안된다, 찍어야 된다!‘하며 급히 찍었는데 너무 귀여운 것이다. 그래서 그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졸업여행]의 경우 박주희 배우가 고속도로에서 우는 장면이 있는데 세 번이나 가서 찍었다. 첫 날은 비가 와서 못 찍고, 두 번째 갔을 때는 해가 지고 있는데 눈물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아서 찍지 못했다. 세 번째 갔을 때 이제 박주희 배우가 각오를 했을 것이다. 내가 안 울면 이 촬영을 안 끝내겠구나는 생각에 계속 울려고 힘들게 찍었는데 저 장면을 많은 관객분들이 좋아해주셔서 힘들게 찍어서 애착이 간다. [미열]에서는 음…(한참을 뜸을 들이다) 마지막에 책 정리하는 장면이 좋은 거 같다. 거기 시퀀스들이 두 사람이 경찰서에서 헤어진 다음 처음 만나는 장면인데 문 앞에서 책 정리하는 석호가 대화를 나누는 서먹함에서 시작해서 책정리를 같이 하는 순간까지 가는 그 장면을 제가 애착이 가는거 같다.
질문7: 감독님의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과의 작업은 어땠는가?
박: [너와 나의 거리 일미터]와 [졸업여행]은 전에 찍은 거였고, (박)주희는 학교 동기이고, 류혜영 배우는 후배이다. 그래서 의견이나 그런 건…(일동 웃음) 별로 그런 거 없이 시키는대로 하라 했고, 어려서 심도깊게 나누기 어려운 시기라서 어떻게 찍지 이야기 하며 찍었다. 우는 장면 찍을 때 울라고 했던 거 같고, [미열]때는 두 분 모두 저랑 처음 작업을 하셨다. (전)석호 오빠는 선배이고 저보다 나이도 많고, (한)우연씨도 처음 만나서 어려운 케릭터를 같이 작업하다보니 뭔가 불편한 것이다, 처음부터. 그래서 술을 같이 먹었다. 한 번도 커피숍을 가지 않았다. 술집만 계속 가서 얘기를 했다. 특히 우연씨의 경우 조근조근 본인의 의견을 많이 드러내시지만 저랑 주고 받는 편이었고, 전석호 배우의 경우 주구창창 자기 얘기를 계속 하셨다. 제가 그걸 다 듣고..근데 저랑 굉장히 생각하는 지점이 많았다. 남자 주인공를 생각하는 지점이 많았고, 자긴 돋보이고 싶지 않다며 여자 쪽 위주로 해야된다고 먼저 배려해주시고, 현장서도 자기보다는 연출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기는 배우가 보이면 안된다며 연출이 생각하는 지점들이 보여야 되고, 크게 제 의견에 반하는 의견은 하지 않으셨다. 다만 가끔씩 과하게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렇게 하라고?‘ 말하면서 ’아니, 그냥 느낌만 해주세요‘말하면서 서로 장난치듯 얘기를 했다. 대화를 정말 많이 했다. 현장에서는 다른 얘기는 별로 하지 않았고, ’우리 그 때 얘기했던 거 기억나시죠?‘이러면서 그렇게 연기해주라고 요청을 많이 드렸다.
질문8: 엔딩 장면에 대한 설명을 더 듣고 싶다. 더불어서 티켓을 훔쳐간 것이 카트리나가 맞는지 궁금하다.
박: 엔딩에서 둘이 벤치에 앉아 얘기 나누는 장면도 사실 두 번 찍었다. 사실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팔찌 씬이 영화 편집이 끝난 뒤 추가로 찍은 썼던 신이다. 그 신을 추가로 찍으며 엔딩부분도 다시 찍게 됐다. 벤치에 앉는 것으로. 두 번 갔는데 처음 찍을 때 감정을 그대로 두 번째 찍었는데 어떤 감정이었냐면 승강장에 촬영을 하러 가서 거의 마지막 회차였는데 근데 이게 끝나면 촬영이 완전히 끝나는거니 어떻게 되면 두 배우가 헤어지는 그런 상황에 놓이다보니 자연스레 그런 공기들이 흘렀다. 이별을 앞두는 느낌들이 흘렀고 처음 앵글을 잡을 때 두 배우가 연기하는 표정과 감정들을 봤을 때 딱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류혜영 배우도 헤어지는 게 너무 섭섭하다고 느낀거 같았다. 그러다보니 그 감정이 많이 더 올라갔던거 같다. 팔찌를 하나 만들어줄까 얘기를 했을 때 거절을 하는 장면이 있다. 어떻게 보면 자기가 더 좋아하는데도 불구하고 거절했다는 것은 나도 이제 내 마음을 접어야겠다고 스스로 결심했다고 본다. 근데도 아직 좋아하니까 거기서 굉장히 슬픔이 있었을거라고 보고 울먹이는 그런 감정이 있었다고 본다. 티켓을 누가 훔쳐갔는가에 대해 이야기는 많은 논란이 있었고 여러 가지로 얘기됐었다. 혜영이는 이걸 자기가 숨긴거냐? 페스티벌에 안 가고 그냥 둘 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서 자기가 이걸 숨긴거냐부터 시작해서 그건 과한 거 같지 않냐 얘기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저는 잃어버렸다 생각했다. 근데 그걸 딱히 구체적인 설정으로 생각까지는 하지 않았다. 그냥 잃어버렸다 정도로 생각했다.
질문9: 처음 [너와 나의 거리 일미터]와 [졸업여행]을 같이 봤을 때 같은 배역이 나와서 이어지는 얘기로 생각을 하고 앞에서 거절을 당했지만 뒤에서는 친구로 잘 지내고 싶으니 관계를 만들어 나간다는 흐름으로 봤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완전 별개의 얘기로 봐야하구나, 그럼 [너와 나의 거리 일미터]에서는 끝났고 이제 다른 얘기인데 이 둘을 담은 다른 단편을 찍으셨는지 첫 번째로 궁금하고, 별개의 이야기임에도 배역을 똑같이 가져간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다른 질문으로 [미열]에서 처음 볼 때 택배기사의 시선이 나오는데 이 장면이 다 보고나니 굉장히 그 영화에서 이렇게까지 보여줘야 했나 싶더라. 감정선같은 부분에서 조심스레 다뤘지만 결국 그 시선이 어떤 의미로 넣었는지 궁금하다.
박: 택배기사의 경우 사실 여자로서 일반적인 일상에서 공포심을 많이 느낀다. 혼자 집에 있을 때, 문자를 받은 시간과 다른 시간에 택배가 온다던지, 벨이 울릴 때 낯선 남자가 찾아온다던지, 배달 음식 시켜 먹을 때도 무서울 때도 있고 현실적인 공포심이 있다. 그런 것을 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넣음과 동시에 전체적으로 긴장감을 심어주고 싶었다. 초반부 장면에 심어넣음으로써 은주가 집에 혼자서 누워 있을 때도 환상신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택배기사가 혹시 찾아온다던지, 혼자 있을 때 ’성폭행‘이라는 어떤 소재가 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긴장감이 깔렸음 좋겠다는 생각에 넣었다.
[너와 나의 거리 일미터]와 [졸업여행]을 처음부터 따로 생각하고 만든건 아니었다. [졸업여행]을 찍어야 되는데 자꾸 한 편을 더 찍어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 학교 워크숍에서 과제로 영화를 찍어야 되는데 [졸업여행]으로 한편을 길게 완성하고 싶었는데 무조건 한편을 더 찍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졸업여행]의 일부분을 미리 찍어야 겠다는 생각으로 중창단 장면을 찍으려했는데 완결된 얘기로 찍어야 되어야 하는 상황이 되버림으로써 끝의 문자나 다른 신들이 삽입되었다. 이미 [졸업여행]은 [너와 나의 거리 일미터] 시나리오를 쓰기 전부터 초고가 나온 상태였고 캐스팅이 됐고 배우들과 얘기가 된 중간에 중창단 장면을 먼저 찍겠다고 얘기가 되었다. 촬영하기 5일전에 시나리오를 줬었다. ’이번 주말에 영화를 찍어야 돼‘ 하고. 더 웃긴 건 그 중창단 장면은 한 3주전부터 연습을 시켰다. 연습은 해야되니 혜영과 중학교 찾아가서 연습을 시키고, 시나리오는 따로 진행을 했다. 그랬던 이유는 계속 [졸업여행]에 그 장면을 삽입할 거라는 전제로 쓰다보니 시나리오가 안 써지더라. [졸업여행]에 맞춰서 써야하다 보니. 나중에는 영화 찍기 직전에는 이걸 포기하고 별개의 영화로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접근을 하니 오히려 쉽게, 좀 더 발랄하게 찍어보자는 생각으로 귀여운 장면들이 많이 삽입되었다.
질문10 : 류혜영 배우의 밝고 활달한 이미지가 있다. 감독님이 준비하고 생각한 케릭터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궁금하다.
박: 처음에 캐스팅을 할 때 박주희 배우는 저랑 학교 동기이고, 제가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같이 작업했던 배우이다. 먼저 생각을 하고 아예 시나리오를 쓰기 전부터 염두한 것이 있었다. 상대 배역 윤하 역할은 정해놓지 않고 초고를 완성한 다음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학교에서 여러 선배들이 류혜영 배우를 추천을 해줘서 미팅을 하게 됐고, 저는 사실 혜영의 성격이 엄청 밝고 외향적인 그런 부분이 있었던 것을 잘 몰랐던 상황이었는데 이 케릭터랑 잘 어울려서 하게 되었다. 나중에 촬영을 하며 했던 말이 그 전에 건국대에서 류혜영 배우가 캐스팅해서 찍었던 영화들이 엄청 특이한 역할들이거나 외향적이거나 활달한 케릭터들이 많이 캐스팅이 되었고 이런 진지한 케릭터로 캐스팅을 제의해서 좋아했었다. 근데 전 오히려 이 영화를 찍을 때 꽤 깊은 부분이 있다. 외양적인 부분과는 반대로 모든 사람들이 그렇지만 그런 부분들이 잘 드러난 거 같아 좋았다. 바꿔서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질문11: 동성애와 성폭행 피해자라는 문제는 말하기 민감한 주제이다. 앞으로도 그런 주제 영화들로 만들 것인가?
박: 공교롭게도 오늘 공개된 영화들이 좀 그렇게 된 거 같다. 다양한 것들에 관심이 많고 원래 예전에는 사회적인 이슈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인물간의 관계나 감정에 관심이 컸었다. 그러다 보니 [너와 나의 거리 일미터]나 [졸업여행]같이 감정적인 영화들을 많이 찍었는데 처음부터 동성애영화라고 생각하고 찍지는 않았다. 제가 고등학교 때 겪었던 혼란스런 감정들이 있었고 그로 인해 정말 친했던 친구였는데 지금은 많이 멀어졌다. 이 이유 때문은 아닌데 너무 안타까운 것이다. 정말 친하고 애틋했는데 왜 멀어져야만 할까하는 생각에서 출발했었고, 영화적으로 풀며 이것을 애매모호한 사춘기 시절의 어떤 감정이라 하지 않고, 배우랑 얘기하며 확실하게 혜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케릭터를 쌓아가며 동성애 영화로 발전했다. [미열]의 경우 신문 기사나 인터넷의 기사를 보면 10년만에 범인이 붙잡혔다는 기사를 몇 번 봤었다. 근데 사실 성폭행이라는 소재 자체에 접근을 했다면 저는 이 영화를 안 찍었을거 같은데, 그렇게 오랜 세월이 지난 다음에 그 여자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근데 만약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갑자기 연락이 오면 그 두 사람은 관계가 어떻게 변할까? 안 변할 수 있겠지만 어떻게 될까하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더라. 사회적으로 성폭행 피해자에 대해 안 좋은 시선이 있잖은가? 그래서 그런 부분에서 접근을 했던거 같다. 과거의 피해 장면들을 노골적으로 보여주기보다 어느만큼 상처를 받았고 앞으로 어떻게 극복을 해 갈수 있을지에 대한 감정에 집중했기 때문에 만들어진거 같다. 지금 쓰고 있는 초고가 있는데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미열의 소재로 장편을 찍으려고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그 이후에는 안 찍으려 생각하고 있다.
주: 준비를 하고 계신다니까 더 좋은 영화로 만나뵈었으면 좋겠다. 일단 이렇게 GV를 마치려 한다. 감독님, 마지막으로 소감과 인사를 부탁드린다.
박: 제가 단편영화제에 많이 가봤지만 제 영화로만 구성이 된 섹션으로는 처음으로 상영을 하고 단독GV를 하는 것은 처음이다. 굉장히 의미가 있고 기분이 좋은 자리였다. 그래서 서울에서 대구까지 왔던 시간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 이보다 말은 조금은 더 잘하는데 오늘 혼자 하려니 제가 생각하던대로 얘기했는지 잘 몰라서 아쉽다. 그래도 관심있게 질문해주시고 들어주셔서 감사하다. 다음에 좋은 영화로 인사드리도록 하겠다.
주: 박선주 감독전을 하자고 했던 이유 중 하나가 세 영화가 같은 색깔이라고 생각을 했다. 각자 매력이 있지만 한 사람이 연출한 느낌을 많이 받아서 꼭 감독전을 해보고 싶었다. 오늘 와주셔서 감사드리고 이만 GV를 마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