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22일 <초행> 관객과의 대화 김대환 감독 참석, 유지영 감독 모더레이터 정리: 이석범 관객프로그래머
유지영 감독(이하 “유”): 감독님을 모시고 [초행] GV를 시작하겠다. 감독님 인사부탁드리겠다.
김대환 감독(이하 “김”): 안녕하세요, [초행]을 연출한 김대환입니다.(일동 박수)
유: 영화를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한데, 먼저 김대환 감독과는 대학교 동기이다. 그래서 되게 저는 GV하며 영화를 하는 동기이기도 하고, 이런 자리에서 만나 감회가 새롭다. 일단 영화가 어떻게 제작되었는지 설명해달라.
김: 영화를 처음 떠올렸던 타이밍이 7년정도 연애하고 있던 타이밍이었다. 그리고 양가에서 결혼이라는 얘기가 스멀스멀 나오던 시기였고, 근데 저희 둘도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할 때마다 결과적으로 회피하게 된 상황이 생겼고, 어쨌든 결혼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두렵게 느껴져 나만 이런 생각을 갖고 있나 했는데 주변 동료들이나 친구들도 같은 불안을 공유하고 있어서, 이걸 영화로 만들어도 괜찮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 수현과 지영, 각자의 집에 한 번씩 가는 구성으로 되어있다. 감독님 인터뷰에서 봤을 때 거의 배우들의 애드립을 많이 이용 했다고 들었다. 어느 정도 비율로 대본이 있었는지 애드립은 어느 정도였는지, 배우들과 어떤 식으로 작업했는지 궁금하다.
김: 처음에 영화를 떠 올렸을 때 무작정 ’인천과 삼척에 본가를 둔 두 커플이 양가를 오가면서 일몰과 일출을 맞이한다‘가 떠올랐던 한줄짜리 로그라인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영화였는데 인천을 설정했던 이유는 제가 여덞살에서 아홉 살 때 이년 정도 살았던 인천의 이미지, 그리고 제 아내의 본가가 인천이고 삼척은 저의 외갓집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매년 일 년에 한 번은 가게 되는.. 뭔가 그런 무작정 쌓여있던 그 추억들이나 이미지들이 처음 영화를 기획했을 때 발현된 거 같다. 연출할 때는 시나리오는 상당히 꼼꼼하게 썼다. 왜냐하면 펀딩도 받아야 하고 (결과적으로는 전주영화제에서 펀딩을 받았다) 캐스팅도 해야되는 상황이라서 시나리오를 꼼꼼히 써놓기는 했는데 결혼도 안한 내가 뭔가 결혼에 대한 저의 생각을 시나리오에 적어넣은게 오만한 태도라고 느껴지더라. 그래서 저도 이 영화를 찍으며 배우들과 결혼에 대한 주제로 탐구를 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이건 질문을 매 신마다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첫번째 신의 경우 형의 전화를 받는 주인공의 동선을 정해놓고 삼척으로 가야 될거다 지영이에게 얘기하는 수현, 그리고 계란후라이를 부치고 빨래를 하고 있는 지현이라는 설정을 그리고 대화내용을 그린 다음에, 그 다음 동선이나 대사의 타이밍은 자유자재로 맡겼고, 거기에 따라 카메라 워킹도 배우들에 맞춰서 테이크를 반복하면서 다듬어가는 과정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유: 이를테면 아버지가 그네에 떨어지는 장면이 있었다. 그런 장면은 연출적은 상황이었나, 아니면 에드립 가운데 나오는…?
김: 그거는 사고였고요(일동 웃음) 영화 통틀어서 촬영이 빨리 끝났다. 첫 테이크만에 그냥 끝난 상황이라서.. 그 장면보다 좋게 나올 수 없을거 같더라.
유: 의도한게 아니라..
김: 전혀..
유: 옷 찢어진 것도.
김: 그러니까 너무 많이 찢어져서(일동 웃음) 손도 안 대고, 그래서 상품권으로 대체해서 드렸다.
유: 그러면 사실은 배우가 갑자기 리허설을 하지 않는 이상은 앉아 있다가 일어나거나 이런 것들을 배우한테 맡겨버리는 자유의지를 촬영이 따라가기 어려울 때가 있다. 매 테이크마다 다듬어갔다는 그런 의미인가?
김: 그런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다음 테이크때 다시 한 번 부탁을 드리는 상황인데 근데 그렇게 막 카메라가 많이 따라다니는 워킹이 많지는 않다. 어쨌든 주로 많은 건 패닝이라던지 그런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인천같은 경우에는 조금 많이 다듬은 상황들이 있었다.
유: 어떻게 보셨는지 감독님이 감상도 궁금해 할 것 같다. 감상을 얘기해주시거나 질문을 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질문1: 마지막에 촛불 시위같은 장면은 시나리오를 미리 쓰실 수도 없는 상황이었을 거 같다. 우연찮게 촬영일정이랑 맞았을 거라고 짐작은 하는데, 그 장면을 굳이 이렇게 걷어내지 않고 넣으려고 결정한 계기가 있었을 거 같다고 생각 들더라. 그 부분에서 이야길 듣고 싶다.
김: 처음에 10월 24일 날 뉴스가 나오고 그 주부터 매주 광화문에서 집회가 열렸다. 일단 저도 아내랑 한번 참가를 해봤다. 그 집회 느낌이 제 인생에서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분위기라.. 집회 분위기가 어떨까하는 호기심이 있었고, 굉장히 저도 격렬한 마음이었고 분노한 상태여서 난폭함을 있는대로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갔었는데 생각보다 전혀 다른 분위기에서 집회가 이루어지더라. 뭔가 즐겁고 뭔가 사람들이 지금껏 보지 못한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게 이상한 감정이 스몄다. 그리고 무엇보다 8차선 도로를 점령하고 걸어다닌다는 게 좀 이상한 감정이 생겼다. 무작정 수현과 지영도 이 감정을 느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촬영을 하는 거에 대해서는 좀 많은 고민을 했던 거 같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태도로써 되게 기회주의적인 면모이지 않을까는 불안한 시각으로 비춰질 거 같은 느낌이 있어서 망설였는데, 촬영을 준비하고 있는 동안 어디에서든 항상 저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 영화에서 중요한 지점이 저에게는 지금 시대의 우리 이야기를 하자가 중요한 지점이었다. 그래서 그 가치를 더 이상 지금 발생하고 있는 현상들을 묵과하는 것도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촬영을 하기로 마음먹었고, 대신에 어떤 격렬한 외침보다는 사람들과 함께 섞여서 걸어가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되겠다. 처음에는 수현이는 별로 관심이 없던 사람이었다면 삼척을 갔다가 일출을 보고나서 무언가 두 사람만의 끈끈한 무언가 생기면 같이 손 잡고 걷는 것 만으로도 의미가 있겠다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영화상에서는 두 사람한테 두 사람만의 개인적 이야기였다면 어느 순간 엔딩지점에선 굉장히 확장되어 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수현이 여기로 가자고 얘기하면서 음악소리가 들리는 것이 바로 여기서 영화가 끝이 나야겠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유: 그런데 사실 저도 재밌게 본 지점이 보통 영화에서의 사회적 배경이나 공기를 다루면 어떤 드라마로 갖고 오려고 하잖은가? 그 안의 인물들이 영향을 받거나. 그런데 이 영화는 전혀 그런 게 없이 인물이랑 작금의 당시 상황들은 굉장히 드라마틱한데 수현과 지영의 상황은 사실 드라마가 없다. 일상적이기도 하고. 별로 교차되지 않고 가는 것이 사실은 더 리얼하다고 생각이 되었다. 저도 그 당시 10월 24일이 제 생일인데(일동 웃음) 매주 남자친구랑 나갔던 거 갔다. 그게 사실은 저희도 연애를 오래해서 그런지..
김: 7년째 연애중인거로?
유: 오래 연애해서 그런지 같이 뭔가 한다의 의미가 있지, 사실 우리가 만약 연애 한 달째면 우리 이슈가 되고, 뜨겁고 갔다 와서도 재밌다고 할 텐데 돌아오면 우린 거길 걷고 그게 다거든요. 그래서 전 현실적으로 봤던 거 같다.
김: 그런 상황을 드라마로 녹일 상황은 아니었다. 시간도 그렇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고. 그렇게 되는 순간 이 영화는 두 사람에게 집중해야 하는데 커다란 외부의 사건이 두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고 발현되는 것은 어쨌든 그걸 다 이 영화안에서의 공기나 분위기로 그리고 이들의 불안한 감정에서 기반을 둔다고 생각을 했다.
질문2: 전작 [철원기행]에서도 그렇고, [초행]도 큰 카테고리로 보면 가족과 관련된 얘기로 많이 풀어나가시는거 같은데 혹시 그런 계기 같은 것이 있으셔서..?
김: 단편영화를 대학교때 처음 찍게 됐는데 대부분 주변 동료나 친구들은 자기 인생에서 굉장히 강렬했던 기억, 충격적이었던 이미지들을 토대로 영화를 만들더라. 근데 저는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 그냥 학원 다니고 집에 와서 잤고 대학을 왔고 뭔가 그냥 평범하기 그지없는 기억뿐이었다. 충격적인 게 전혀 없어서.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할까 고민을 하다가 그 당시에 아버지와 뭔가 불편했다. 어떤 사건을 계기로 크게 싸웠다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옛날부터 많이 쌓여왔던 감정들이 전혀 해소가 안 되는 관계였다. 괜히 불편한.. 이 지점을 내가 영화로 만들어야겠다 했는데 단편영화에서 굉장히 큰 실패를 맛봤다. 실패를 맛보았다는 것은 영화제에서 전혀 연락도 없고 배급사도 다 뻥차버리는…
유: 제목이 뭐였는가?
김: [부전자전] 혼자서 색보정하고 사운드믹싱을 했었는데 매몰차게 거절당하니까 ’실패했구나?‘ 내가 왜 실패했지 스스로 돌아보게 되고, 다시 한 번 조금 더 정면 돌파를 해보자고 생각해서 [철원기행]을 만들었는데.. 근데 그 지점인 거 같다. 결과적으로는 이제 아버지와 아들에서 넘어서 가족을 이야기되는 흥미로운 지점이 가족구성원안에는 남성과 여성이 있고, 그리고 세대간의 이야기가 있고, 가족을 통틀어 보면 어쨌든 대한민국의 사회 분위기가 가족 안에서 다 느껴질 수 있고 그런 지점에 흥미로움을 느꼈다.
유: 보통 감독들이 시나리오를 쓰는 사람들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들이 있는거 같다. 김대환 감독은 계속 가족 이야기를 하는거 같은데 앞으로 쓰고 있는 작업이 있으면 그것도 가족 얘기인가?
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란 영화도 가족영화이다. 지금 ’결‘과는… 제가 찍었던 영화의 ’결‘과는 완전히 다르다. 다음에 연출할 영화는 내후년 봄에 찍을건데 가족의 엄마를 중심으로 봄에 춘천에서 촬영한다.
질문3: 처음 수현과 지영이 동거를 하면서 살아가는 장면이 있는데 그럼 결혼 전에 일단 동거를 하고 있는 것인데 결혼 전 동거가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고 생각하는것인지?
김: 동거를 해도 되고 아니면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하면 된다. 저도 동거를 한 건 아니었는데 서울에서 같이 자취방에 살고 있었는데 되게 가까웠다. 그래서 자주 만나고… 쓸데없는 얘기를 하고 있는 거 같다.(일동 웃음)
유: 영화 속 수현의 엄마 역할을 맡았던 길해연 선배님은 살아보라고 하는 거 같은데?
김: 쿨하신 분이죠.
질문4: 사실 다음 영화를 춘천에서 찍으실 거 같아서 그와 관련된 질문을 드리려 한다.
김: 어떻게 아시고?(웃음)
질문4: 강원도 외곽 철원까지 가셨다 중간지점이 춘천이니(일동 웃음) 춘천이 감독님하고 특별한 인연이..
김: 제 고향이죠.
질문4: 예, 그러니까. 그런 질문을 드린다. 다음 작품은 춘천에서 찍을거냐 질문을 드리려 했는데 말씀을 해버리셔서 조금 김이 빠지고도 했고(일동 웃음) 다른 질문을 드리겠다. 문창길이라는 배우를 쓰셨잖아요. [철원기행]에서도 아버지로 출연했다. 의도가 있는건지, 그 배우를 다른 배우가 캐스팅이 안되서 쓴 것인지 궁금하다.
김: [철원기행]을 촬영했을 때 굉장히 좋은 배우라는 인상을 받았다. 가장 큰 이유는 두 가지정도가 있다. 이미지적으로 많이 힘들어 보이는 사람이었음 좋겠다고 생각했고 [철원기행]때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굉장히 적합하고.. 그리고 그 나이대의 선배님들 중에서 제가 봤을 때는 술 드시는 연기를 제일 잘하신다.(일동 웃음) 정말 거기에 대한 자부심도 엄청 있으시다.
유: 실제로는 드시고 연기하시는가?
김: 한 잔? 술은 거의 매일 드신다. 어느 정도냐면 한 병 먹고 내가 언제 술이 깨는지 정확히 알고 계시고, 두 병이면 몇 시간이다.
유: 친해지고 싶다..(일동 웃음) [철원기행]때는 어떻게 보면 과묵한 아버지상이었고, [철원기행]에서 떠오르는 포토제닉한 장면은 문창길 선배님이 청와 밑에 앉아 있는 장면이 이었다. 근데 여기서는 너무 시원한 것이다. 말도 많이 욕도 하고 케릭터도 완전 다른 아버지이다. 저도 되게 좋았다.
김: 사실 두 번째 영화의 캐스팅이 힘들었다. 선생님이 첫 번째 작품 끝나고 공공연하게 다신 이 감독과 하지 않을거라 하셨다.
유: 왜요?
김: 힘드셨다고. 영화가 다 힘들다.
유: 방금까진 좋은 관계를 유지하셨다고 하지 않았는가?
김: 그래서 두 번째 영화는 바로 (각본을) 보여드리고 꽤 많이 졸라서 하게 됐다.
유: 이 영화의 PD를 맡았던 장우진 감독의 작품이 [춘천춘천]이다. 이 작품과 같이 제작사 봄내필름에서 춘천을 베이스로 활동하고 있다. 아마 그 분 작품도 춘천에서 찍게 됐는가?
김: 한 달 뒤에 촬영을 하게 되는데, 청천사에서 촬영을 할 거 같은데.. 두렵다. 추울 거 같아서.(일동 웃음)
유: 그럼 감독님은 이번에 프로듀서로?
김: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일단은 스탭을 꾸리는 것도 난항을 겪고 있다.
유: 근데 감독중에서.. 라인PD는 할 수 있을거 같다. 근데 예산짜거나 그럴때는 어렵지 않은가?
김: 근데 [춘천춘천]은 1500만원짜리 예산으로 만들어서 짤 것이 없었다. 스탭도 세명이었다. 밥 먹고, 자고 그게 끝이니 어렵지 않았다. 근데 지금은 8000만원 넘는 금액으로 만들다보니 약간의 어려움이 있는데 그렇다고 또 몇 억짜리는 아니니까 다행이다.
유: 그럼 계속 그런 방식으로 작업해 갈 예정인가?
김: 음, 저희는 여력이 될 때까지는 계속 하고 싶다. 내년 저희 두 사람의 약속은 일 년에 한편씩 영화를 꼭 찍자가 약속이다. 회사를 만든 이유도 그런 약속의 형태를 잘 유지하기 위해서 만들었는데 올해는 장우진 감독이 찍는 상황이라서 1월달에 찍고 나서, 내 작품은 내년으로 찍으려다 타이밍을 놓쳐서 내후년으로 계획 중이다. 꾸준히 찍는 게 큰 가치라고 생각한다.
질문5: 배우 케릭터를 볼 때 지영의 경우 임신을 알고 가는 길에 커피도 마시고 술도 마신다. 그런 설정이랑 수현의 경우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교수와 관계를 모르지 않는데 선배와 얘기 할 때 꼭 그래야 되냐며 알면서도 묻는 뉘앙스가 느껴졌다. 그런 것에 대해 두려움을 배가시키거나 답답함을 보이려는 뉘앙스를 두고 한건가?
유: 수현이라는 케릭터도 답답하게 보이거나 그런 식으로…
김: 일단 임신여부는 사실 저는 김새벽 배우와는 임신이 안 된 것으로 결정하고 여행 한 거였다. 그래서 커피도 마실 수 있고, 대신 거기서 이상한 감정이 생기는 건 너무 무심하게 ’커피 마실래?‘하고 물어보는 사람을 보며 이 사람이 관심이 없거나 넋이 없다는 실망감이 있는 지점이었고, 수현의 학교 얘기는 제가 미술학원 강사를 한 8년 정도 했다. 거기에 저는 어쨌든 마음속으로는 영화를 찍을거라는 목표라서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강사와 동료들은 어떻게 먹고 살까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하더라. 근데 제가 8년 동안 강사하면서도 조금 관심 밖인 것도 있었지만 ’어떻게 이 친구들이 먹고 살지?‘라는 궁금중이 생기더라. 정말 학원만 할 것인가. 아니 도대체 알바로 다른 걸 하나 생각도 들던데 그래서 나왔던 답이 결과적으로는 저 답이더라. 제가 찾았던 답은. 제가 선배들이나 친구들이나 학원 원장들께 물어보니까 그 두 가지 외에는 본 적이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런 지점을 설명하고 싶었고 관계적으로 봤을 때는 내가 생각하는 저만의 진리이지만,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우월하다고 생각한다. 정말로 월등히. 어떤 지점이냐면 내가 9년동안 연애하면서 어느 순간 안 싸우더라. 싸우는게 아니라 혼이 나더라. 잘못을 저만 하고 있다. 아내는 잘못을 안 한다. 그 친구가 잘 참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잘못도 비슷한 맥락의 잘못을 반복하고 있는 것들, 그래서 이 상황도 그런 상황이지 않을까 싶고 남자들은 아닌 분들도 계시지만, 저랑 현철씨가 동의하고 있는 부분은 용기가 부족하다. 무언가 문제를 받아들였을 때 직면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태도 때문에 저는 그런 케릭터가 더 부각되어 보이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유: 제가 보기에도 사실 답답했는데 실제로 현철씨가 영화에서 연기를 한다는 느낌은 전혀 안들었다. 다른 영화서도 사실 그렇다. 저 같은 경우도 사실 말씀하신 그 장면을 보는데 많이 답답한 거다. 내가 남자친구와 얘기를 하고 싶을 정도였다. 근데 그 분의 매력을 느끼는 분들이 분명 있으실 것이다.
질문6: 사실 영화를 보면서 영화보다 다큐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극사실주의적인 느낌이 많았다. 아무래도 그런 느낌을 받은 것이 배우들의 연기와 캐릭터의 힘이 가장 크다고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조현철 배우를 좋아해가지고 영화를 봤고 개봉 할 때 기대를 했다. 아무래도 조현철 배우와 김새벽 배우가 전작 같은 경우에도 튀는 캐릭터보다는 사실적인 캐릭터 연기를 많이 했다는 느낌이 크다. 그래서 감독님께서 배우 캐스팅에 대한 비하인드와 정말 염두에 두었던 배우 분들인지 그것을 알고 싶다.
김: 새벽씨는 [철원기행]과 [한 여름의 판타지아]로 같이 해외영화제를 간 적이 있다. 그 때 인연이 되었다. 당시에는 이 아이템을 생각하고 있지 않았지만 어쨌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꼭 작업하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던 지점은 [한 여름의 판타지아]에서 느껴졌던 연기 톤이 굉장히 매력적이었고, 사람 자체도 매력적이고.
유: 실제로도 잔잔하신가?
김: 네, 저 정도의 차분함이 있고 무엇보다 연기적으로는 저는 새벽씨의 목소리가 너무 좋았다. 그리고 현철씨의 경우 전작을 보며 호기심이 많이 가는 사람이었고, 만나봤는데 이 시나리오의 어떤 지점은 조금 수정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한 지점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굉장히 동의하고 있는 지점이었고, 말수는 캐릭터보다 더욱 없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누구보다 말수가 제일 적다고 생각하시면 된다. 실제로 촬영할 때 제가 디렉팅을 하면 고개만 끄덕인다. 그래서 액션을 외치고 말하고 있는 장면을 보고 있는데 말하고 있는 장면이 신기하더라.(일동 웃음)
유: 그럼 “나도 울까?”하던 대사는 애드립인가?
김: 네, 글쵸
유: 정말 얄밉더라.(일동 웃음)
질문7 :감상이다. 수현 배우의 나이를 거꾸로 하면 제 나이가 된다. 근데 제 여자친구랑 4년을 사겼는데, 군대 갔다와서 이제 2학년 복학해야 하는 시기인데 제 여자친구는 나이도 많고 이미 직장도 들어가서 돈을 벌고 있는데 두렵더라. 지금 나도 3~4년 뒤면 저렇지 않을까? 난 아직 학교를 2년 반에서 3년이 남았는데..
김: 옆에 앉아있으신 분이 여자친구인가?
질문7: 아뇨.(일동 웃음) 여자친구는 서울에 있고 저는 쉬려고 내려왔다. 근데 잘 살아보려고…두렵다는 게 많이 느껴지더라.
김: 저도 어쨌든 그 두려움이 되게 컸지만 결혼을 마음먹고 해보니까 사실 그렇게 어렵지 않더라. 결혼을 하는 그 과정 자체가. 그걸 마주보고 용기내는게 더 힘들었던 거 같다. 힘내셨음 좋겠다.
유: 영화에서 살아봐도 모르면 어떠하냐는 대사가 나온다. 실제로 저는 동거를 해가면서도 모르는 거 투성 인거 같고, 결혼하면 나아지는가?(일동 웃음)
김: 어..
유: 아니면 그러면서 싸우면서 사는 건가?
김: 만약에 선명하면.. 선명하면 재미없다고 생각한다. 누가 선명하게 그걸 다 알고 사는 사람도 없잖은가? 결혼하고 느꼈던 가장 큰 차이점은 우리가 9년 정도 연애하고 결혼하니까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지는 않지만 재확인하는 거 같다. ’맞아 이랬지‘하면서, ’생각보다 게을렀지?‘하는…
유: 거기에 여유가 생기지 않는가? 예전 같음 싸웠는데.
김: 하면 되죠, 어지럽히면 제가 치우면 되 고..
유: 감독님이 한 마디 해주시고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김: 오늘 전주에서 GV가 끝나고 바로 왔다. 왔는데.. 택시를 탔는데.. 제 인생에서 무서운 택시였다. 정말.. 자중해달라고 그랬는데 너무 무서웠다. 더 충격적인 것이 식당을 갔는데 어떤 할아버님이 밥을 빨리 안주신다고 나가버리셨다.(일동 웃음) 무서웠다.
유: 급하죠, 성미가.
김: 무서웠다.. 아무튼 오늘 이 극장에 많이 찾아와주셔서 감사드리고 감기에 걸리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일동 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