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사랑(The Poet and The Boy, 2017, 한국)|드라마| 2017.09.14 개봉|109분|12세관람가
상영일정 09/14(목) 18:45 09/15(금) 10:30 09/17(일) 12:15 09/18(월) 20:15 09/19(화) 16:10 09/20(수) 13:50 09/21(목) 13:00 09/22(금) 14:45 09/23(토) 17:10 09/24(일) 12:25 09/25(월) 18:40 09/26(화) 11:55 09/29(금) 11:00 10/01(일) 11:00 10/02(월) 20:10 10/05(목) 13:25 10/07(토) 20:10 10/09(월) 16:15 10/10(화) 11:00 10/11(수) 14:50 10/13(금) 18:10 10/15(일) 19:40 10/16(월) 20:15 10/17(화) 11:00 10/22(일) 12:50 10/24(화) 20:00 (종영)
감독 김양희
지금, 이 감정은 뭐죠?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마흔 살의 시인은 시를 쓰는 재능도, 먹고 살 돈도, 심지어 정자마저도 없다.
그리고 시인의 곁에는 무능한 남편을 구박하면서도 세상에서 그를 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아내가 있다.
팍팍한 현실에서도 진짜 시를 쓰는 일이 뭘까 매일 고민하는 시인, 그리고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아내 앞에
어느 날 파도처럼 위태로운 소년이 나타나고, 시인은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는데…
그 사람 생각이 자꾸만 나서요.
관객프로그래머 프리뷰
대신 울어주지 못한 시인에게
“시인은 대신 울어주는 사람이야.”
방과 후 시 창작 수업이 끝나고 나이답지 않게 센티멘탈한 시를 쓰고 용감하게 발표까지 한 아이가 시인이 뭐냐고 묻자 시인은 이렇게 대답한다. 참으로 멋진 정의라고 생각한다. 국문과를 복수전공하고 독서모임을 하면서 직접 시를 창작하는 수업도 듣고 몇 편의 시집을 읽고 특강을 통해 시인들을 만나면서 시를 비교적 많이 접해봤다고 생각하는 나도 한때는 정말 시인이 되고 싶었고 지금도 시인의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참 많이 한다. 교수들을 통해서든 같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통해서든 모든 장르의 문학은 타인에게 공감할 수 있어야 하며 더 나아가 파편화된 이 세계에서 총체성을 회복하는데 앞장서야한다고 강조한다. 세상에 보낼 수 있는 목소리가 거의 없다 시피한 낮은 자들의 슬픔을 보듬어 줄 수 있어야 하고 도로건설 때문에 잘릴 운명에 처한 나무 한 그루를 위해 단식투쟁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며 작품을 써내려가야 한다는 것이다. 대신 울어준다는 말에는 이러한 의미들이 함축적으로 잘 들어가 있다. 정말 시인다운 표현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시인의 사랑>의 시인은 본인의 입으로 내뱉은 그러한 정의를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직업상 돈을 못 벌수도 있다. 세상이 워낙 파편화된 만큼 모든 사람들이 총체성의 세계를 지향하는 시를 이해할 수도 없다. 하지만 시를 창작한다는 명목으로 새로운 사랑을 찾아간다는 것은 별 문제없이 보기는 힘들다. 본인을 갈망하는 상대방의 울음을 대신 흘려주지 못하는 게 아닌가. 그리고 새로운 사랑 앞에서도 막상 제대로 된 사랑을 실천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다 오히려 그에게 상처만 준다. 시를 통해 대신 울어줘야 할 시인이 시를 만든답시고 다른 사람들을 울게 만든다니. 본인의 정의도 지키지 못하는 그를 시인이라 얘기할 수 있을까?
그러나 이 시인을 무조건 미워하고 타박하고 싶지만은 않다. 시인은 현실에서 갑갑함을 느끼는 모두에게 최소한이나마 공감할 수 있는 점을 보여줄 것이다. 시인은 이상세계로 가고 싶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정말 높다. 돈을 벌지 못하면 바보가 되고 사랑도 삶의 방식도 정형화되어 있다. 시인의 벽은 우리가 느끼는 벽과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시인의 일탈은 좋게 보이지 않지만 그를 결코 미워할 수 없다. 시인은 대신 울어주지 않았지만 나는 그를 위해 대신 울어주고 싶고 극장을 찾을 여러분도 그를 위해 대신 울어줬으면 좋겠다.by 정석원 관객프로그래머
사랑은 시를 타고
시를 쓴다는 건 결국 뭘까요? 세상을 바라보는 것, 순간을 간직하는 것, 아름다움을 찾는 것. 이같은 예쁜 답은 더 나올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누군가에겐 그저 지루한 단어나열이거나 아무말 대잔치, 혹은 무의미한 시간 때우기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이런 복잡한 양면성 때문인가, 저는 지금까지 영화 속에 시인이 나오면 항상 영화를 대체로 편안하게 볼 수가 없었어요. 가장 복잡한 예술 형태라고 생각하는 영화 안에 이런 복잡한 시들이 들어가 있으니, 영화 내용 따라가랴 시 구절 되뇌이랴 머리가 쉴 틈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거기에 기어이 또 하나의 가장 복잡한 요소를 끼얹고 말아요. 사랑입니다. 사랑 영화는 많이 있어 왔다고요? 네 맞습니다. 그런데 여기선 문제가 좀 더 큽니다. 유부남 시인이 사랑하게 되는 대상이 남자, 그것도 한참 어린 소년이거든요.
사실 제목에서 이미 잘 나타나 있듯이, 이 영화는 시나 시인에 관한 영화라기보다는 결국은 사랑 영화입니다. <시인의 사랑> 이라는 단어 배치 순대로, 시인과 그의 시를 먼저 우리에게 늘어놓던 영화는 어느 순간, 그래서, 결국 사랑이란 게 뭔데요? 라는 질문을 저희에게 던집니다. 맨 처음 시에 대해 제가 여쭤봤던 것처럼, 이번에도 비슷한 질문을 다시 여쭙겠습니다. 사랑이란 건 결국, 무엇인 걸까요? 주인공 시인이 가르치는 초등학생이 쓴 시에 따르면, 사랑이란, 하나 남은 군만두를 양보하는 것. 이라고 해요. 첫 문장만 들었는데도, 와 벌써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사실 고백하자면 저는 영화 속의 초등학생이 쓴 이 시를, 남은 뒷부분까지 모조리 휴대폰에 따로 메모까지 해 놓았습니다. 하나 남은 군만두를 양보하는 것. 크, 사랑에 대해서 이렇게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문장이 또 있을까요? 저는 그저 감탄에 감탄을 금치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저, 그리고 저와 똑같이 감탄하며 시 쓴 애를 칭찬까지 했던 주인공 시인조차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 존재했습니다. 군만두를 양보하는 건, 어디까지나 자기의 생각이고 선택이라는 거였죠. 상대방이 그 군만두를 받을지 거절할지, 사실 구운 것에 알레르기가 있어, 군만두를 먹을 수가 없는 몸이라던지. 군만두를 받는 건, 결국 상대방의 몫이고 선택이라는 걸 말입니다. 시를 쓰는 것 자체보다 더 중요한 건, 내가 쓴 시를 듣는 사람인 너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결국 시를 쓴다는 건 그 대상이 정해져 있든 그렇지 않든,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말을 거는 행위인 것이 전부라는 게 지금의 제 생각입니다. 물론 그 중에도 가장 중요한 건, 그 누군가에 대한 생각을 한순간이라도 멈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겠죠. 우리가 누군가를 생각하는 일을 멈추지만 않는다면, 세상은 조금 더 살 만한 곳이 될지도 모른다고 영화는 계속 역설합니다. 하지만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답없는 곳이고, 시인이 소년에게 건네는 군만두를 소년이 받아들일지 말지는 앞으로도 계속 지켜봐야겠죠. 거기다 어차피 결과와는 상관없이, 우리가 사는 이 세상과 삶은 앞으로도 계속 끝없이 이어질 테니까, 그래도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그들이 만들어가는 사랑을 지켜봐도 될 것 같습니다. 물론 돈 없는 집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꼭 돌잔치에서 지폐를 잡고, 남자를 사랑하는 마음을 감추고 살던 사람은 하필 몸에 정자가 부족한 걸 알게 되는, 이런 지독하리만치 냉소적인 아이러니로 일관하는 게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지만요. by 최은규 관객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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